정상 코앞서 목숨 걸고 조난자 구조
조난된 산악인 구조 비용 거부에 중국 공분
죽을 위기에 처한 조난자를 구하기 위해 에베레스트산 정상 정복을 포기한 중국인들의 이야기에 중국 대륙이 감동했다. "산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인류애의 정상을 정복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훈훈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구조된 조난자를 향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중국 환구망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후난성 출신 판장타오는 지난달 18일 에베레스트 정상을 400m 남겨둔 해발 8,450m 지점에서 셰르파들과 마지막 힘을 쥐어짜고 있었다. 평생의 소원이었던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을 눈앞에 둔 꿈만 같은 상황이었다.
설산 한쪽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판의 눈에 든 것은 그때였다. 중국 여성으로, 성이 류인 것만 알려져 있다.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간신히 숨을 몰아쉬는 류의 얼굴은 얼음으로 뒤덮인 채였다. 판이 급한 대로 초콜릿과 설탕물을 먹였지만 방치하면 얼마 안 가 동사할 상황이었다.
"놔두면 죽는다" 구조에 "인류애 정상 정복" 찬사
판은 고민 끝에 류를 구조하기로 했다. 판의 등정을 함께한 셰르파들은 "정상이 바로 저기인데 여기서 포기하려 하느냐. 이 사람을 구조하다 우리가 다 같이 죽을 수도 있다"고 말렸다. 판과 셰르파들의 체력도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성인을 부축해 설산을 내려가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산악인들 사이에서 "해발 8,000m 이상 지점에선 조난자를 구조하지 않아도 비난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판은 "그래도 사람을 이렇게 놔둘 순 없다. 데리고 내려가자"라고 셰르파들을 설득했다. 1만 달러(1,293만 원)의 구조 보상금도 약속했다. 셰르파들에게 호소하면서 판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정상 등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데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류를 부축해 힘겹게 하산하던 판은 또 다른 중국인 셰루샹을 만났다. 상황을 전해 들은 셰는 구조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판과 셰의 등반팀은 돌아가며 류를 부축해 전진 캠프에 간신히 도착했다. 4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후난성 지역 매체를 통해 알려진 이 사연에 중국인들은 열광했다.
'고맙다' 인사 한마디 없는 구조자
웅장한 감동으로 끝날 것 같았던 이야기는 반전을 만났다. 판이 셰르파들에게 주기로 한 보상금 1만 달러를 류에게 요구했지만, 류는 거부했다. 4,000달러만 판에게 주겠다고 버텼다. 류는 생명의 은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분노한 판은 "돈 때문에 한 일이 아니다"며 4,000달러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 같은 뒷얘기는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등에 퍼졌고, 웨이보에서만 조회수 3억 회를 기록하며 공분을 일으켰다. "판은 인류애 정상에 섰고, 류는 배은망덕의 정상에 섰다", "류를 다시 설산으로 돌려보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판은 끝까지 예의를 지켰다. 그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류를 구한 것은 내 선택이고, 류가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그의 선택이다. 우리 두 사람의 선택은 별개"라며 류를 향한 비난을 멈춰 달라고 했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