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일보-요미우리 공동 여론조사]
한일관계 전문가 분석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
한일관계가 좋다는 인식이 한국과 일본에서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만들어 낸 한일관계의 새로운 흐름이 양국 여론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신뢰할 수 있다(24.7%)는 비율도 아베 신조(2019년 5.1%), 스가 요시히데(2021년 6.8%) 전 총리 때보다 높게 나왔고, 윤 대통령에 대한 일본인의 신뢰도(43%)도 문재인 전 대통령(2021년 8%)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일본에서는 "한일관계가 좋다"는 응답 비율이나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2011년 이전 수준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관계 악화의 결정적인 계기였는데, 그 전만큼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에서도 한일관계 개선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방법론을 두고는 "한국이 너무 양보했다"는 인식이 드러난다. 과거사 관련 두 정상 발언에 대해 일본에선 긍정 평가가 압도적이지만 한국은 긍정과 부정이 반반이다.
그럼에도 "역사 문제가 있어도 경제협력은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한국인도 다수가 찬성했다. 한일관계에서 역사 문제 해결과 기타 협력이 필요한 분야의 협력을 '투 트랙'으로 추진하는 방향이 ‘뉴 노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한일관계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일본명 ‘처리수’) 방류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세대나 정치 성향을 떠나 80% 이상이 압도적으로 반대한다. 일본으로선 국제 기준에 맞춰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면서 진정성 있는 설명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식품 안전, 국민 건강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의심스럽다. 한국 정치권은 총선 체제로 들어가는데 이 문제가 여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안보 면에선 중국,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한국이 일본에 비해 낮게 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대만과 가까운 해역에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있는 일본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매우 중대한 국가 안보 문제로 보지만 한국은 북한을 제어하기 위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므로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듯하다.
편집자주
한국일보는 광복 50주년인 1995년부터 창간기념일(6월 9일)에 맞춰 일본에서 최대 부수를 발행하는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과 함께 '한일 국민의식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해왔다. 한일관계에 대한 인식, 상대국에 대한 신뢰도·친밀도 등을 매년 조사한 결과는 그 자체로 사료가 됐다.
한국일보의 올해 조사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8세 이상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 27일 유무선 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요미우리는 사내 여론조사부를 통해 같은 달 26~28일 18세 이상 일본인 1,017명을 상대로 같은 방식의 조사를 진행했다. 요미우리는 표본오차를 공개하지 않으며, 응답 비율의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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