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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명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보톡스·비만 치료 강의 들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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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명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보톡스·비만 치료 강의 들은 이유는?

입력
2023.06.1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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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의사회, 소아과 탈출 위한 학술대회 개최
보톡스, 고지혈, 당뇨 등 타 진료과목 강의
의사들 "의료수가 너무 낮아… 다른 과 전환 고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1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소아청소년과 탈출(노키즈존)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윤한슬 기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1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소아청소년과 탈출(노키즈존)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윤한슬 기자

'1타 강사님이 족집게 강의 해주시는 고지혈증의 핵심정리', '진료실에서 바로 적용하는 보톡스 핵심 포인트', '비만 치료의 이론과 실제', '당뇨 진단과 관리'···.

1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 휴일 행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500여 명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었지만, 강좌는 소아·청소년 진료와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었다. 내과·성형외과 원장, 내분비내과 교수 등이 강단에 올라 자신의 진료분야에 대해 강의했다. 이날 행사는 '소아청소년과 탈출(노키즈존)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로, 소아과 간판을 내리고 제2의 길을 모색하려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을 위한 강좌로 구성됐다.

의사들은 필기를 해가며 강의에 집중했고, 궁금한 점은 주저하지 않고 질의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날 행사에 전체 회원의 4분의 1이 넘는 719명이 사전등록했고, 570여 명의 의사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학술대회에 참여한 서울지역 소아과 개원의 김모(42)씨는 "소아과를 좋아하지만, 환경이 너무 안 좋아져 다른 길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강의를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 한 소아과 의사는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 싶어도 사회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아 다른 과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공부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수입이 지난 10년간 28% 줄어들어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고,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됐다"며 '폐과 선언'을 한 바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다른 과목으로 전환해 진료하려는 소아과 의사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아청소년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저출생, 낮은 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진료량 급감 등 악순환이 이어지며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2017년 서울 지역 개인병원(의원) 중 소아청소년과는 521개였으나 지난해 456개로 12.5% 줄었다. 올해 50개 대학병원 중 38개 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0명이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지난 3월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지난 3월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하루에 환자 80명, 100명을 보지 않으면 병원이 유지되지 않고, 수가가 너무 낮아 환자가 몰려도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소아 대상 진료는 비급여 항목이 적어 진료비에 의존해야 하는데 수가는 30년째 동결됐다. 유일한 비급여 시술이었던 소아 예방접종도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되면서 동네 의원들의 타격이 크다고 의사회는 설명했다.

여당은 '소아청소년과 의료 대란 해소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소아과 의사들은 하루라도 빨리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호소한다. 임 회장은 "전문의 절반 이상이 동네 소아과의원에서 일하는데 그 인프라가 무너졌고, 대학병원도 내년에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몇 년 전부터 정부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수없이 이야기해 왔는데, 이제는 정말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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