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창립 73주년 기념사
"경상수지 흑자 기조 바뀔 수 있다"
"비은행·유동성 관리제도 개선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부동산 대출 연체율 상승에 우려를 표하며 금융부문 위험 관리를 단기 과제로 꼽았다. 비(非)은행 금융기관 감독 강화와 유동성 관리 등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1년은 한은의 진정한 실력을 검증받는 한 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해는 국가별로 물가 오름세와 경기 상황이 차별화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에 따른 정교한 정책 대응이 중요해졌고, 그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능력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었다. “기조적 물가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이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면서다. 그러면서 “주택시장 부진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부문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중장기적으론 유관 기관과 협력해 가계부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금리 인하 시 부동산 관련 가계대출 증가를 경계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환경 변화에 맞춰 한은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 총재는 주문했다. 먼저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을 들었다. 이 총재는 “비은행 금융기관 수신 비중이 2000년대 들어 은행을 넘어섰고, 한은 금융망을 통한 결제액 비중도 지속적으로 커졌으며 은행·비은행 간 상호 연계성도 증대됐다”면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 안정 달성을 위해 한은 정책 범위를 은행 외 다른 금융기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 기관을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시장과 논의하겠다”고 한 바 있다.
유동성 관리 수단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기조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국외 부문으로부터 대규모 유동성이 계속 공급됐기 때문에 한은의 유동성 관리 또한 이를 흡수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올 들어 경상수지는 1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2, 4월에도 적자를 냈다. 이에 이 총재는 “경상수지 기조는 물론 적정 유동성 규모 등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유동성 흡수 일변도에서 벗어나 탄력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도록 제도나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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