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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동 뺨 때리고 "자해했다" 거짓말한 특수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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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동 뺨 때리고 "자해했다" 거짓말한 특수학교 교사

입력
2023.06.1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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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폭행, 부모에겐 "자해한 것"
학교, 일주일간 가?피해자 분리 안 해
경찰 즉시 신고 의무도 어긴 것으로

12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은평대영학교 앞에서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원과 학부모들이 장애아동을 학대한 교사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12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은평대영학교 앞에서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원과 학부모들이 장애아동을 학대한 교사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발달장애인이 다니는 서울의 한 특수학교 교사가 장애학생의 뺨을 때리는 폭행을 하고도 학부모에게 “자해를 했다”고 거짓말한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 측도 아동학대 가능성을 인지했지만, 일주일 동안 피해 학생 부모에게 알리지 않는 등 함구했다. 즉시 신고 의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12일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특협)와 서울 은평대영학교 등에 따르면, 이 학교 교과교사 A씨는 지난달 9일 수업 도중 초등학교 저학년 B군의 뺨을 두 차례 때렸다. 당시 교실엔 A씨와 특수교육실무사 C씨, 발달장애 아동 7명이 있었다. 하교한 아들의 뺨이 부어오르고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이자 부모는 학교 측에 문의를 했다. A씨는 이튿날 부모 상담에서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해 꾸짖었더니 자해를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부모는 아들에게 평소 없던 자해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관련 약까지 처방받았다.

그러나 익명 제보자의 경찰 신고와 학교 측 조사를 통해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교장은 사건 발생 이틀 후 A씨와 C씨를 따로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다. A씨가 B군을 때렸다는 C씨의 진술에도 교사는 자해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C씨의 서면 진술서가 제출된 지난달 15일에서야 폭행을 인정했다.

학교 측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교장 등은 A씨의 폭행 가능성을 적어도 지난달 11일 알아챘다. 하지만 B군 부모에게는 일주일이 지난 18일에야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가ㆍ피해자 분리도 그날 이뤄졌다. 그사이 B군은 A씨에게 최소 2번의 수업을 받았다. 같은 달 16일 경찰 조사도 시작됐는데, 부모는 폭행 사건을 모르고 단순 자해라며 제보자의 신고를 취하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학교는 관계 기관에 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아동학대처벌법은 학교장과 종사자에게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즉시 신고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학교 측은 A씨가 폭행을 시인하고도 나흘이 지난 지난달 19일에야 서울 은평경찰서에 처음으로 공문을 보냈다. 서울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사건을 이첩받아 A씨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특협은 즉시 신고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교장과 교감, 실무사 등을 은평서에 고발한 상태다.

학교 학부모회와 특협 등 관련 단체는 이날 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의 사건 축소ㆍ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학교가 가벼운 처벌로 사건 축소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해교사를 즉각 해임하고, 학교 관계자들도 모두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한 학부모는 “어떻게 의사 표현도 할 줄 모르는 아이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느냐”며 눈물을 보였다.

이 학교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난 건 처음이 아니다. A씨는 2019년에도 학생을 때리고 신발을 던졌지만 정직 1개월 징계에 그쳤고, 이후 부장교사로 승진까지 했다. 2013년엔 소속 교사가 수업시간에 졸고 있는 장애학생 귀를 라이터로 뜨겁게 달궜으나 역시 경징계로 끝났다. 학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가해교사를 엄중히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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