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저출생·저수가 탓 기피현상 심화
인력 유인책 있어야… "레지던트 지원, 수가 인상 필요"
최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의사들은 구조적인 소아청소년과 기피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소아과 대란'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거라 주장하고 있다. 의료사고 발생과 관련한 의사들의 형사처벌 문제, 수가 인상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생과 저수가가 이어지면서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전공의) 모집에서 50개 대학병원 중 38개 병원에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모집인원을 채운 병원도 이른바 '빅5' 중 서울성모병원과 서울대병원뿐이다.
동네 소아과 병원도 하나둘씩 폐업하거나 진료를 축소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진료량이 급감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진 데다 의료진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서울 지역 개인병원(의원) 중 소아청소년과는 521개였으나 지난해 456개로 12.5% 줄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 어린이병원인 소화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휴일 진료를 단축·중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소아과 기피현상이 지속된다면 소아청소년 진료 시스템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11일 '소아청소년과 탈출(노키즈존)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아청소년과에 미래가 없어서 (레지던트에) 지원 안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과연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게 해법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레지던트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고, 저수가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아과 1인당 진료비는 현재 1만3,000원 안팎으로 30년 가까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내년 의원급 초진수가도 210원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와 인건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이라는 게 소아과 의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소아과는 영유아, 소아 대상 예방접종이 모두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으로 편입되면서 유일한 비급여 수입원마저 끊겼다. 오로지 진료비에만 의존해야 해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선 다른 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의료수가를 크게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소아환자는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도 해 더욱 소송에 휘말리기 쉽다. 한 서울 지역 소아과 개원의는 "의사가 소아환자에게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다 막을 수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범죄자 취급을 한다"며 "의료수가도 개선해야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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