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일하게 자국 검색 시장 지킨 한국
구글 급성장으로 한국 시장 내줄 위기 처해
안드로이드 영향력으로 모바일 시장 장악
한국에서 처음으로 무료 이메일 서비스를 선보인 포털 플랫폼 다음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이 5%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글로벌 빅테크의 대표주자 구글의 점유율은 30% 중반대까지 높아지면서 오랫동안 선두 자리를 지켜왔던 네이버까지 위협하고 있다. 다음의 영향력이 약해지자 모회사인 카카오는 다음 사업 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했다. 업계에선 사실상 분사 수순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우리 포털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면 결국 구글이 중국, 러시아 등을 빼고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 시장을 지킨 한국마저 집어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게 될 경우 검색 서비스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기능을 고도화하는 인공지능(AI) 생태계까지 해외 빅테크 기업에 내줄 것이란 지적이다.
14일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의 검색 점유율 추이를 보면, 2010, 2011년 2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던 다음은 2013년 15%, 2017년 8.9%, 2022년 4.83%를 기록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대로 구글은 2010년도 초반 5%의 점유율을 보이다가 2015년 7.26%, 2019년 30.97%, 2023년 현재 35.17%의 점유율로 일곱 배 가까이 올랐다. 한때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네이버는 5월 기준 55%까지 내려갔다.
"10년 전 공정위 판단, 구글 검색 장악 발판됐다"
구글은 특히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이용자를 빠르게 늘렸는데 그 밑바탕에는 국내 포털과 비교했을 때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결과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국내 포털 이용자들은 네이버와 다음이 광고 수익에 매몰되면서 광고주의 웹페이지나 자사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검색 기술 개발에는 소홀하고 대신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사업의 외연을 넓히는 데만 집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두 회사가 검색의 트렌드가 유튜브 등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흐름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포털 업계에선 이런 비판을 달게 받으면서도 10년 전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두고두고 아쉬워하고 있다. 구글과 공정한 상황에서 경쟁을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3년 7월 공정위는 국내 1, 2위 포털 기업인 당시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구글을 공정위에 제소한 사건과 관련해 구글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2011년 두 회사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급하면서 구글 검색 엔진만을 먼저 담고 다른 회사의 검색 프로그램을 쓰지 못하게 강제했다며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구글의 선탑재 뒤에도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에 머문 반면 네이버는 70%대를 유지해 핵심 쟁점인 '경쟁 제한성' 조건을 채우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인터넷 사용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바뀐다는 점을 놓치고 단편적 결정이었다고 평가한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16년 당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다음과 달리 구글의 경우 모바일의 검색 엔진 점유율이 PC에 비해 세 배가량 높다"며 "이는 안드로이드폰에 구글 검색을 미리 담은 데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2021년에서야 구글의 선탑재 강요 행태에 대해 과징금 2,000억 원을 부과했지만 그새 구글의 시장 지배력은 빠르게 커진 상태였다.
사실 구글은 이런 전략으로 체코에서 포털 시장을 독점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체코에는 세즈남이란 토종 포털이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명맥만 남았다. 세즈남도 2012년 스마트폰 업체에 구글 검색을 선탑재하도록 하는 행태에 문제가 있다며 규제 기관에 고발했지만 그 처분은 6년이 지난 2018년에야 나왔다. 미할 페익스(Michal Feix) 세즈남 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선탑재된 구글과 세즈남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도저히 경쟁 상대가 안 됐고 우리는 중요한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검색 플랫폼 장악력 잃으면 AI 생태계도 내줘야"
업계에서는 토종 검색 플랫폼의 주도권을 해외 기업에 내줄 경우 벌어질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가 미래 먹거리로 삼고 키우는 AI 생태계까지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검색 플랫폼이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접목될 것으로 예상되는 AI의 핵심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AI가 접목된 검색 서비스는 더 많은 이용자를 모으고 더 많은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온라인 플랫폼은 제조업이 아니라 한 번 이용자가 이탈하면 시장 전체의 흐름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한국을 빼고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 오픈 지능형검색기술(AIPT)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부랴부랴 '버드'라는 챗봇 형태의 AI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다. 검색 서비스 '빙'을 운영하는 라이벌 마이크로스프트(MS)가 오픈AI에 큰돈을 투자하면서 챗GPT를 접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당장 입을 피해도 예상된다. 해외 플랫폼은 글로벌 서비스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현지 특화 서비스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사건 사고에 대한 대응도 늦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네이버와 카카오는 포털과 커뮤니티, 메신저 등 게시물 대응에 나선 반면 유튜브, 틱톡,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해외 플랫폼에서는 한동안 자극적 콘텐츠가 고스란히 노출돼 논란이 됐다.
"1020 놓쳐선 안 된다" 서비스 혁신 필요한 네이버·다음
특히 미래 세대인 1020의 구글과 유튜브의 이용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것은 국내 서비스들에 가장 큰 숙제다. 나스미디어가 국내 인터넷 이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검색 서비스는 네이버(78.4%), 유튜브(66.5%), 구글(50.9%) 순으로 나타났다. 20대 역시 네이버(87.1%), 유튜브(65.7%), 구글(54.0%) 순으로 네이버가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30대(91.9%), 40대(91.4%)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네이버, 다음 모두 검색 화면 개편 및 AI 도입 등 서비스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 화면을 중심으로 최근 PC 웹페이지를 바꿨고 검색 결과에서 숏폼·이미지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노출 횟수도 늘어날 예정이다. 다음도 댓글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소통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기존 뉴스 댓글을 실시간 채팅 방식인 '타임톡'으로 바꿨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챗GPT를 결합한 MS의 빙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네이버, 다음 역시 서비스 혁신 없이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절실히 느낄 것"이라며 "규제 당국은 국내 플랫폼과 해외 플랫폼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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