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왜 사람이 아름다울까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흔적이 있어. 따라오렴. 보여줄 테니.”
할아버지 뺨에는 큰 흉터가 있다.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린 시절 뛰어놀다가 면도칼을 쥔 삼촌과 부딪혀 베었을 뿐이다. 할아버지는 손녀 손을 잡고 에펠탑으로 가는 지하철표를 끊으며 말한다. “내가 의사로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몸을 봤는지 상상도 못 할 거다. 뒤틀린 몸, 다친 몸, 마른 몸, 검은 몸, 흰 몸. 그 하나하나에 저마다 사연이 있지. 몸만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 놀리는 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란다.”
에펠탑 근처 카페에서 만난 종업원은 리오넬이다. 손님 한 사람은 음료가 잘못 나왔다고 리오넬에게 소리를 지른다. 할아버지는 그렇지만 리오넬이 진짜 멋진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최근 아빠가 돼서 아기를 돌보느라 밤잠을 설친단다.” 버스에서 만난 마른 남자 앙투안은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할아버지는 그 남자에게 웃음을 짓고 손녀 귀에 속삭인다. “그는 아버지 밑에서 자주 음식을 거부했고, 몸이 점점 말랐지. 그렇지만 결국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언젠가 앙투안은 자기가 원하는 산림감시원이 될 거야.”
다시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지쳐 말한다. “오 대단한 하루였어. 하지만 이제 너무 늙어 내 심장이 견디지 못해.” 손녀는 생각한다. “그래도 난 할아버지 심장이 좋았습니다. 왜냐면 할아버지 심장은 모든 사람을 위해 뛰고 있으니까요.” 겉모습만 보고 쉽게 남들을 판단하거나 외면하던 아이들에게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건 어떠냐고 넌지시 토닥이는 책. 좋은 메시지와 수채화 같은 그림이 어울려 기분 좋은 온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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