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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 끝 타는 듯한 통증"… 역류성 식도염, 20~40대 환자만 200만 명

입력
2023.06.18 07: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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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면 증상 완화 도움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통받는 20~40대가 2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젊은'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통받는 20~40대가 2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젊은'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역류성 식도염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류성 식도염(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ㆍGERD)’은 국민 질환이 됐다. 위에 있는 음식물이 식도를 역류하면서 가슴 쓰림ㆍ쉰 목소리ㆍ목 이물감ㆍ기침ㆍ속 쓰림 등 증상을 일으킨다. 재발이 잘 되고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역류성 식도염 등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483만3,042명으로, 2018년(444만76명)보다 3년 새 8.8%포인트 증가했다. 국민 11명당 1명꼴로 위산 역류로 고통받는 셈이다. 특히 20~40대 ‘젊은’ 환자가 200만 명에 달한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범진 교수는 “최근 배달 음식 위주의 패스트푸드, 고지방식, 커피, 탄산음료나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매운 음식을 즐기거나, 집에서 혼술, 야식 후 바로 눕는 습관 등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명치가 타는 듯한 느낌 들어

역류성 식도염은 가슴 중앙부 명치 부근에 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신물이 올라온다. 협심증과 비슷한 가슴 통증, 만성 기침, 속 쓰림, 목 이물감과 이유 없이 목이 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잘못된 생활 습관이 원인으로 꼽힌다. 식사 후 탄산음료나 커피를 마시면 소화가 잘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부 식도 괄약근 활동을 약화시켜 위산이 거꾸로 올라오게 만든다. 과식이나 야식, 식사 직후 눕는 습관, 비만에 따른 복압 상승, 흡연과 음주도 위산 역류 가능성을 높이고 염증을 악화시킨다.

박준철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증상만 살피면 호흡기 또는 심혈관 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비슷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역류성 식도염이 심한 상태가 지속되면 여러 합병증이 생긴다. 궤양이 생기기도 하고, 드물게 식도 협착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문제 되는 합병증은 바렛식도다. ‘식도암의 전(前) 단계’로 불리는 바렛식도는 식도와 위 경계 부위가 위산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염증이 생기고, 위 상피세포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바렛식도가 심하면 식도선암과 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발병하는 식도암의 95% 이상은 식도선암이 아닌 ‘식도 편평세포암’이다. 식도 편평세포암은 음주·흡연 등이 주원인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발병하는 식도암 대부분은 역류성 식도염과 관계없다. 국내에서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해 식도암이 생길 위험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대부분 산(酸)억제제(양성자펌프억제제ㆍPPI) 같은 약물로 먼저 치료한다. 보통 4∼8주간 1차 약물 치료 단계에서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치료 종료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임의로 중단하면 1년 이내 50% 이상 재발하기 때문이다.

◇탄산음료ㆍ커피ㆍ초콜릿 삼가야

역류성 식도염 치료ㆍ예방을 위해서는 잘못된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역류가 발생하기 쉬운 식사 후 3시간 안에는 눕지 말고 야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탄산음료ㆍ커피(디카페인 포함)ㆍ홍차ㆍ초콜릿ㆍ오렌지 주스ㆍ토마토 주스ㆍ박하ㆍ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도 하부 식도 괄약근 약화에 영향을 주므로 되도록 삼가야 한다. 특히 기름진 음식은 위 속에 오래 남아 있어 역류할 위험을 높이기에 줄여야 한다.

잠잘 때 상체 부위를 15도 정도로 약간 높게 하거나 왼쪽으로 눕는 자세가 좋다. 꽉 끼는 옷 대신 넉넉하고 편한 옷을 입고 식후 3시간 동안은 눕지 말아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식후에 과격한 운동은 역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나희경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기에 당뇨병ㆍ고혈압처럼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산 분비를 늘릴 수 있는 알코올, 신맛 나는 과일도 피하는 게 좋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증상이 악화됐을 때 먹은 음식·식품을 기록해 반복되면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위산 역류로 속이 쓰릴 때 미역·다시마 같은 수용성 식이섬유를 먹으면 위벽을 자극하지 않아 역류성 식도염 개선에 도움 된다. 김·보리·귀리·바나나·딸기·사과·오렌지 등에도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속이 쓰릴 때 우유를 마시면 속이 코팅돼 괜찮아진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잘못된 속설이다. 우유의 단백질은 위 점막을 보호하고, 우유의 약알칼리 성분은 쓰린 속을 일시적으로 달래주지만 그 이후에 속 쓰림 증상이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몸은 우유에 함유된 칼슘·카제인 성분 등을 음식으로 여겨 몸은 위산을 내보내 속 쓰림이 악화할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을 앓는다면 잠잘 때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는 게 도움이 된다. 사람 위는 몸 왼쪽에 있는데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가 위쪽으로 올라오면서 위산이 역류한다. 반면 왼쪽으로 누우면 위가 아래쪽에 위치하면서 위산 역류가 덜하다는 설명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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