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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고 교과서 한정은 아냐"… 혼란 부추기는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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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고 교과서 한정은 아냐"… 혼란 부추기는 교육부

입력
2023.06.17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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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도대체 어떤 문제들이 없어지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른바 '킬러문항'을 없애는 것으로, 수능을 쉽게 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해 혼란을 부추겼다.

16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출입기자 대상 브리핑에서 '6월 모의평가 중 어떤 문제가 공교육 교과과정을 벗어난 것이냐'는 질문에 "특정 문제나 과목을 언급할 순 없다"면서도 "설령 어려운 문제라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에서 문제가 출제되고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지, 무조건 어려운 문제는 배제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는 게 명확하지 않다. 윤 대통령이 콕 찍어 언급한 국어 영역의 비문학 문항에는 과학, 경제, 문화·예술 등 다양한 지문이 제시되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고 하면 교과서 혹은 EBS 교재에 실린 지문만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장 차관은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 아니면 무조건 출제하지 않는다는 식의 경직된 가이드라인은 아니다"라며 국가 교육과정 내 학습 범위와 성취 기준에 부합한다면 교과서 밖 지문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장 차관은 "도저히 교육과정 안에 들어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문제, 최근 여러 과목을 융합해 맞히기 어렵게 출제된 문제들 때문에 양산되는 사교육을 끊어 보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시험의 본질인 공정한 변별력은 갖추겠다고 했다.

정리하면 △과도한 융합형 문제나 대학 수준의 배경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는 없애되 변별력은 유지하고 △교과서 밖 지문은 출제될 수 있으나 학교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은 내용은 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뒤가 모순된 설명이 이어지니 학부모와 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능을 불과 5개월 남겨 둔 시점이라 고3 수험생과 학부모는 입시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아들이 국어 1등급을 받고 있는데, 윤 대통령이 국어 변별력의 핵심인 비문학 문제들을 거론하면서 아이의 장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쉬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어 대신 수학에 집중하기 위해 학원을 새로 등록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윤 대통령과 정부의 메시지가 불안을 키우고 있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일정한 예고기간을 두고 수능 출제 경향 변화를 발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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