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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스페셜올림픽'에 관심 기울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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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스페셜올림픽'에 관심 기울여야 하는 이유

입력
2023.06.18 16:00
수정
2023.06.18 17:5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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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세계 최대 대회, 17일 베를린서 개막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브란덴부르크문 근처에서 성화 봉송을 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브란덴부르크문 근처에서 성화 봉송을 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의 발달장애인 국제스포츠대회인 '스페셜올림픽' 하계대회가 독일 베를린에서 17일(현지시간) 개막했다. 이번이 16회째인 이 대회는 발달장애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증진과 동시에,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도모하고자 기획됐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대회지만, 역사가 짧지는 않다. 1963년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의 여동생인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여사가 '공립학교가 여름캠프에 발달장애인 참석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분개해 미국 메릴랜드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캠프를 따로 개최한 데에서 기원했다. 이후 1968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첫 대회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2년마다 하계·동계 대회가 번갈아 개최되고 있다.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장애인 선수가 출전하는 행사 중 최대 규모다. 올해는 190개국에서, 약 7,000명이 참가한다. 한국은 선수단을 포함, 151명이 베를린에 체류 중이다. 육상 축구 골프 등 26개 종목으로 진행되는데, 한국 선수단은 이 중 12개 종목에 출전한다. 권위 역시 만만치 않다. 스페셜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이라는 명칭 사용 허가를 얻은 유일한 대회다.

다만 의미나 역사, 규모, 권위 등에 비해 여전히 인지도는 낮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스페셜올림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17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스타디온에서 진행된 스페셜올림픽 개막식에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17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스타디온에서 진행된 스페셜올림픽 개막식에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스페셜올림픽'이 '스페셜'한 이유

발달장애인만 참여할 수 있는 스페셜올림픽은 신체장애인 대회에서 출발해 발달장애인에게도 문호를 넓힌 패럴림픽과는 차이가 있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에 맞는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발달장애인의 영유아기·아동기·성인기 등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청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14일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600여 명이 종합 대책을 요구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1㎞를 기어서 행진한 바 있다.

남다른 문제의식 탓에 비전도 특별해졌다. 대회는 개개인의 재능·능력을 인정하고, 저마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둔다. '절대적 우위'를 강조하는 엘리트주의 스포츠가 아니다 보니, '경쟁'이나 '순위'보다는 '도전'과 '참가'에 방점이 찍힌다.

대회 운영 방식도 독특하다. ①스페셜올림픽에선 각 종목별 1~3등이 나오지 않는다.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따로 묶어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②그룹별 1~3위가 가려지긴 하지만, 순위권에 들지 못한 이들에게도 '격려의 리본'을 나누며 축하한다. ③심지어 운동 실력이 아예 없어도 참가할 수 있다. 대표팀 선발은 '추첨 방식'으로 이뤄진다. 또, ④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탓에 국기 게양 등으로 경쟁심을 자극하지 않고 ⑤국가별 종합 순위를 내는 데 연연하지도 않는다.

17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스타디온에서 진행된 스페셜올림픽 개막식에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17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스타디온에서 진행된 스페셜올림픽 개막식에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좋다!'

스페셜올림픽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득이기도 하다. 이용훈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 김홍균 주독일 한국대사, 크리스티아네 카라예브스키 스페셜올림픽독일 회장, 키얼스텐 울리히 베를린시체육회 부회장 등이 인터뷰에 응해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발달장애인들로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기회다. 이용훈 회장은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절실한 건 '사회가 얼마나 포용해주느냐'의 문제"라며 "스페셜올림픽을 통해 무언가에 도전하고, 성취하고, 성장하는 '평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사회성 등을 더 빠르게 익힐 수도 있다. 김홍균 대사는 "어려운 조건들을 극복하고 저마다의 성취를 이루는 모습은 참가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준다"고 짚었다.

이러한 장점은 비장애인한테도 마찬가지다. 포용의 가치와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통해 장애인을 수혜자로 여기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만 해도, 여전히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가 자립할 권리'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 등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 카라예브스키 회장은 "포용의 가치는 결국 모두의 권리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가치 함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울리히 부회장은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대회를 접하며 결과지향적 사고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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