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지난달 100명 대상 직권재심 청구 지시
한 달간 전국 5개 관할청서 35명 절차 마무리
피해자모임 "환영하지만 '뒷북' 청구 아쉬워"
간첩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납북귀환 어부 100명에 대해 검찰이 지난달 대규모 직권재심 청구에 착수한 뒤 한 달간 35명에 대한 절차를 완료했다.
대검찰청은 18일 "지난 한 달간 납북귀환 어부 35명에 대해 직권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지난달 16일 불법구금 사실이 확인된 납북귀환 어부 100명에 대해 전국 5개 관할 검찰청(춘천지검, 강릉지청, 속초지청, 대구지검, 영덕지청)에 직권재심 청구를 지시해 강릉지청(17명), 속초지청(10명), 영덕지청(4명)에서 31명에 대한 절차를 마쳤다. 앞서 대구지검 등 3개청에선 납북귀환 어부 4명의 직권재심이 먼저 청구됐다.
납북귀환 어부는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되거나 귀항 도중 방향을 잃고 북한으로 넘어가 수일에서 수년간 머물다 귀환했다. 1953년 정전 후 1987년까지 납북된 어선은 459척이고, 선원은 3,648명에 이른다. 하지만 귀환 뒤엔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뒤 50여 년을 간첩으로 낙인찍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한 재심 대상자는 "아직도 불안감으로 문을 잠그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 인생 자체가 무너졌다"고 검찰에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재심이 청구된 35명은 1969년 5월 강원 고성군 거진항으로 일괄 귀환한 '대영호' 등 선박 12척의 선장과 선원들이다. 검찰은 나머지 60여 명의 인적사항과 유족 유무, 연락처도 파악하고 있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피해자모임(대표 김춘삼)은 "환영하지만 뒷북 청구"라는 입장을 보였다. 피해자모임은 "검찰이 재심 청구를 착수한 것에 환영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재심 청구에 나선 사건들과 그 시점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단체에 따르면, 이번에 검찰이 재심 청구에 나선 사건들은 이미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고 공동 피고인들의 무죄가 확정됐다. 피해자모임은 "진실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직권재심에 나서야 한다"며 "억울한 처벌을 주도한 검찰에 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재심 청구를 지시하며 "'검찰의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허물이 있을 수 있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납북귀환 어부 100명 전원에 대한 명예회복과 권리구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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