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생일 철저히 감추는 중국공산당
마오쩌둥 "개인숭배 안 돼" 원칙서 비롯
"관례 깬 70세 지도자 부각할 필요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 '칠순'을 맞았다. 하지만 이를 조명한 공식 행사나 중국 언론 보도는 전무했다. 시 주석의 발걸음 하나, 말 한마디에도 호들갑을 떠는 중국이 유독 생일 축하에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15일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신문들은 시 주석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간 베이징 회동 소식을 1면에 실었을 뿐, 시 주석 생일에 대한 언급은 철저히 피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칠순을 축하하는 서신을 보냈으나, 이에 대한 소식도 전하지 않았다.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일부 네티즌이 올린 "오늘은 지도자의 생일이다. 축하합니다"라는 짤막한 글들이 간혹 보일 뿐이다. 대만 중앙통신은 "올해 시 주석이 일흔 살이라는 사실은 중국인 대부분이 알고 있는 반면, 그의 생일이 6월 15일이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고 보도했다.
마오쩌둥, '생일 잔치 금지' 우상화 경계
중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마오쩌둥은 1949년 3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산당원이 지켜야 할 원칙으로 △생일 잔치 금지 △선물 금지 △건배 금지 △사람 이름을 딴 지명 금지 등 6개 원칙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마오쩌둥은 "우리는 검소한 생활과 근면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아첨과 과장된 칭찬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고 지도자 생일을 부각하는 행위 자체가 '개인 숭배'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물론 중국에서 마오쩌둥·덩샤오핑은 이미 숭배 대상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이들에 이어 장기집권 가도에 들어선 시 주석에 대한 우상화 경향도 짙어지고 있지만, 생일만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 형식적으로나마 우상화 경계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은퇴 관례 깬 시진핑, 앞으로도 조용한 생일"
장기집권을 이어가기 위한, 의도적인 '생일 감추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제20차 공산당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 68세는 은퇴)' 원칙을 스스로 깨고 3연임을 확정했다. "마오쩌둥·덩샤오핑에 이어 사실상 독재자의 길로 들어섰다"는 서방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올해 70세임을 공식적으로 드러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은퇴 관례를 없애고 종신 집권의 길을 닦고 있는 시 주석은 앞으로도 조용한 생일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의 생일이 대내외에 노출된 것은 2019년 66번째 생일이 거의 유일하다. 당시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신뢰구축 회의(CICA)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만나 '모든 일이 잘된다(六六大順)'라고 적힌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선물했다. 외신들은 시 주석의 생일을 통해 중러 정상이 '브로맨스'를 과시했다며 주목했으나, 중국 언론들은 당시에도 이를 크게 부각시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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