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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예상되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한국도 역량 성숙 계기 삼아야

입력
2023.06.21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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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플라스틱 국제협약 위한 정부 간 협상 진행 중
복잡한 이해관계 탓 합의 쉽지 않을 듯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세계 환경의날(6월 5일)을 앞둔 지난달 31일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의 에브리라군에서 주민들이 플라스틱 병과 비닐을 줍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해 세계적으로 4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되는데, 그중 절반은 일회용으로 사용된 뒤 버려진다. 아비장(코트디부아르)=AFP 연합뉴스

세계 환경의날(6월 5일)을 앞둔 지난달 31일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의 에브리라군에서 주민들이 플라스틱 병과 비닐을 줍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해 세계적으로 4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되는데, 그중 절반은 일회용으로 사용된 뒤 버려진다. 아비장(코트디부아르)=AF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위한 제2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가 개최됐다. 지난해 초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체결하기로 결의한 후 두 번째로 열린 회의다. 앞으로 세 차례 회의를 더 거친 후엔 플라스틱 오염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세계 최초 국제협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협약 체결로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전 지구적 차원의 체계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각 국가별, 기업별로 엄청나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합의하기까지는 앞으로 험난한 진통이 예상된다. 어떤 것이 쟁점이 되고 있을까?

협약 방식부터 방식 차이까지... 쉽지 않은 협의

첫째는 협약의 방식과 구속력이다. 구체적 목표 연도의 설정, 플라스틱 사용량에 대한 분명한 제한, 강한 구속력을 가진 이행 평가 및 보고체계를 주장하는 국가가 있는 반면, 현행 파리협약처럼 각 국가별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국가가 대립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불필요한 플라스틱과 우려되는 화학물질 사용 제한에 대한 의견 차이다. 줄여야 한다는 원칙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구체적 대상을 특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환경단체들은 폴리염화비닐(PVC)과 폴리스티렌(PS), 불소 함유 플라스틱, 비스페놀 및 프탈레이트, 브롬계 난연제 함유 플라스틱 등의 사용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중 이미 사용금지의 과학적 근거도 분명하고 각국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비스페놀 등은 상대적으로 쉽게 합의가 되겠지만 PVC 등의 플라스틱 재질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세플라스틱 오염관리도 문제다.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 사용금지에 대한 합의는 상대적으로 쉽겠지만 세탁섬유, 타이어 분진, 페인트 등 비의도적으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금지보다는 기술적 대안을 조속하게 마련하기 위한 국제적 조치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 대체물질과 폐기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서도 의견 갈려

환경의 날인 이달 5일 오전 대구 동구자원재활용센터 선별장에 재활용을 위해 수거해 온 플라스틱 쓰레기가 마구 섞인 채 수북이 쌓여 있다. 대구=뉴스1

환경의 날인 이달 5일 오전 대구 동구자원재활용센터 선별장에 재활용을 위해 수거해 온 플라스틱 쓰레기가 마구 섞인 채 수북이 쌓여 있다. 대구=뉴스1

네 번째는 플라스틱 대체물질의 범위다. 산업계는 바이오플라스틱이 플라스틱 대체물질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원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바이오플라스틱 또한 플라스틱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문제다. 폐기물 관리 강화, 생산자 책임 강화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지만 구체적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다. 환경단체들은 강력한 감량 및 재사용 정책의 도입, 화학적 재활용 및 에너지 회수, 소각 및 매립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각국 정부와 산업계는 화학적 재활용과 에너지 회수 등 특정 방법에 대한 사용금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 관리 체계의 강화가 고물상, 쓰레기 수집인 등 비공식 영역에서 활동하는 개인이나 사업자를 포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점을 넓히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다툼, 일회용품 사용금지에 따른 영세 사업자의 퇴출 등이 쟁점이 될 것이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과정은 지난 70년간 플라스틱 사용을 둘러싸고 누적된 모든 모순이 표출되는 과정이며 플라스틱과 관계된 이해관계자들의 대립과 갈등의 장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개방적인 공론장에 참여해 플라스틱 문제를 다루는 역량을 성숙시켜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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