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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무엇을 위한 국가기밀인가?"

입력
2023.06.2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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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 대니얼 엘즈버그

1971년 7월 미 하원 비공식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대니얼 엘즈버그. AP 연합뉴스

1971년 7월 미 하원 비공식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대니얼 엘즈버그. AP 연합뉴스

일부 세계적 언론사들은 공적인 업적을 이뤘거나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들을 말년에 다시 인터뷰하는 느슨한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미처 못다 한 이야기들을 당사자가 떠나기 전 그들의 육성으로 최대한 기록하겠다는 책임감 혹은 소명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세부의 진실을 둘러싸고 사후 빚어질 수 있는 논란이나 혼선을 최대한 불식시키려는 취지도 있다. 마지막 인터뷰는 관련자들의 교차 검증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해당 이슈의 현재적 의미를 환기하는 효과도 발휘한다. 그런 인터뷰는 언론사가 공증한 주인공의 공적인 유언장인 셈이다.

지난 3월 뉴욕타임스가 대니얼 엘즈버그(Daniel Ellsberg, 1931~2023)를 인터뷰한 것도 그런 의미였다. 엘즈버그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1년 미 국방부 기밀문서인 ‘베트남에서의 미국의 의사 결정(일명 펜타곤 보고서)’을 언론사에 제보, 전쟁을 위해 미국 역대 정부가 국민과 의회를 어떻게 속여왔는지 세상에 폭로한 인물. 인터뷰 직전 말기 췌장암 진단을 받았던 그는 6월 16일 별세했다.

긴 인터뷰에서 그는 국가 기밀정보의 약 5%만이 분류 당시 기밀 기준을 충족했고, 몇 년 뒤에는 비율이 0.5%대로 낮아진다는 한 전문가의 1971년 의회 증언을 인용하며, 국가 기밀이 얼마나 타당한지, 개별 문건의 기밀 분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이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한 포괄적인 점검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노든 등의 국가기밀 유출을 ‘정보 반달리즘’으로 비판하는 이들을 비판했다.

엘즈버그는 1971년 6월 26일 검찰에 공개 자수, 간첩죄와 절도 등 최대 1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기소-재판 과정에서 자행된 닉슨 정부의 광범위한 위법행위가 드러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는 평생 학자로서, 평화운동가로서 활동하며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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