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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후 위기에 '젠더 프레임'이 필요한 이유? "데이터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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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후 위기에 '젠더 프레임'이 필요한 이유? "데이터를 보세요"

입력
2023.06.20 14:40
수정
2023.06.20 1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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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여성기구 아·태 젠더 통계정책관
“기후에 의한 영향, 성별에 따라 달라져
재난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책 세워야”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여성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 젠더 통계 정책관 사라 두에르토 발레로가 발언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제공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여성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 젠더 통계 정책관 사라 두에르토 발레로가 발언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제공

재난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오지 않는다. 기후 재난도 마찬가지다. 지진, 태풍, 폭염 등의 피해는 재산, 인종, 종교,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기후 위기 피해의 ‘성별 불균형’은 수치로 확인된다.

①건조하고 가뭄이 잦은 지역에서는 조혼과 청소년 출산이 늘어난다. ②기후 재난이 발생하면 여성의 사망률은 남성보다 14배 높고 여성에 대한 폭력도 증가한다. ③기후 난민의 80%가 여성이다.

유엔여성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 젠더 통계 정책관인 사라 두에르토 발레로가 최근 펴낸 ‘기후 변화가 여성에게 중요한 이유’ 보고서 등에 나오는 숫자와 통계는 기후 위기의 파급력이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5일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의 ‘성평등과 기후변화 워크숍’을 위해 한국을 찾은 발레로 정책관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기후라는 인류 공통의 위기에서 성별 불평등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부터 물었다. 그는 “숫자를 보면, 지구가 겪는 변화를 남성과 여성이 같은 속도로 마주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보인다”며 관련 데이터만 수백만 건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발레로 정책관은 “남성이 더 유리하고 여성의 피해가 더 크다는 단편적인 결론을 내려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진이 아니라 건물이 사람을 죽인다’는 오래된 격언도 있듯이 “재난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 그의 얘기다.

기후변화 제대로 보려면 ‘데이터’ 필수

11일 시리아 북동부 하사케시에서 물을 받으러 온 한 여자아이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시리아는 인접국의 댐 건설과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수량이 크게 줄어 물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하사케=AFP 연합뉴스

11일 시리아 북동부 하사케시에서 물을 받으러 온 한 여자아이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시리아는 인접국의 댐 건설과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수량이 크게 줄어 물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하사케=AFP 연합뉴스

발레로 정책관은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가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이나 대도시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라고 짚었다.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공기 질 문제나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국제 공급망 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연에 직접적으로 의존해 살지 않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기후 위기 앞에서 더 취약해지는 상황도 있다. 발레로 정책관은 “일반적으로 재난이 발생하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폭력이 늘어나고, 여성이 무임금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자연 재난 이후 성폭력 건수가 치솟는다는 점은 대지진을 겪은 아이티 등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또 “재난 이후의 회복력 역시 남성보다 여성이 떨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발레로 정책관은 해결책으로 사람들의 ‘태도 변화’를 제시했다. 이는 최소 15~20년이 소요되는 어려운 과제이므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재난의 해악을 이해하려면 우선 재난의 면면과 데이터를 파악하고 데이터가 올바르게 정책에 반영돼 해악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발레로 정책관은 몰디브의 사례를 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여성이 가족 돌봄 노동을 전담하면서 일을 그만두거나 비정규직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는 유엔여성기구의 통계를 바탕으로 몰디브 정부는 2020년 일자리 매칭과 소득 보전 정책을 도입해 1년 만에 성과를 냈다. 그는 “시의적절하고 대표성을 띠는 데이터가 정책에 반영이 됐을 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기후위기 관련 인터뷰에서 유엔여성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 젠더 통계 정책관 사라 두에르토 발레로가 발언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제공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기후위기 관련 인터뷰에서 유엔여성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 젠더 통계 정책관 사라 두에르토 발레로가 발언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제공

수학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레 숫자에 매료되면서 통계 분야에 발을 들인 발레로 정책관은 회색지대 없이 정확히 딱 떨어지는 통계가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자연 재해가 드러낸 불평등의 민낯은 숫자로 확인된다. 이 숫자와 직면할 때 ‘재난의 결과’ 역시 크게 달라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발레로 정책관은 인터뷰 내내 이렇게 말했다. “기후 위기에 대해 구글에 검색이라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데이터를 보세요. 데이터를 보면 우리의 현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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