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방탄, 이래경 사태 누구 책임인가
민주당 문제는 강성지지층 아닌 지도부
거취 정리해야 진짜 혁신·비전 열릴 것
더불어민주당이 믿는 구석은 역시 국민의힘인가 보다. 총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서울·경기·인천 유권자(각 35.1%, 37.4%, 35.7%)가 국민의힘에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각 30.8%, 30.6%, 30.8%)보다 많다는 15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를 보라. 그래서 그토록 막무가내였나 보다. 당 혁신을 한다더니 돈 봉투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은 하루도 못 가 물러났다. 열흘 만에 새로 임명된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돈 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혀 기대를 접게 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졌지만 잘 싸웠다’고 큰소리치던 기만의 지점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않았다. 수모는 검찰과 언론 탓이다. 이재명 대표부터 김남국 의원까지 사과나 반성에는 인색하고, “정적 제거” “윤석열 실정을 덮으려는 얄팍한 술수” 등 검찰 비난에는 주저함이 없다. 이해찬 상임고문은 16일 당원 강연에서 “(대선) 5일 전 4%포인트 지는 걸로 대거 보도”한 언론 때문에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해 아깝게 졌다고 했는데 저 왜곡된 현실 인식과, 여성 유권자의 절실함은 안중에도 없는 뻔뻔함에 분노가 치민다. 크게 질 선거를 0.7%포인트 차로 만들어 준 건 막판에 “팔을 자르는 심정으로” 몰표를 던진 젊은 여성들이다. 이 고문은 월 3,000만 원을 줬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이 사실인지, 보좌관 출신이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가 된 관계의 실체가 무엇인지부터 해명하기 바란다.
제1야당이 수렁에 빠진 건 강성 지지층 때문이 아니다. 400만 당원 중 문자 폭탄을 던지는 강성 지지자가 3,000명쯤이라면 그들의 정치 열정을 조직화할 책임 또한 지도부에 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 색출 소동이 일었을 때 이 대표가 “(명단에 오른) 5명 중 4명이 그랬다고 해도” 공격을 중단해 달라고 뒤늦게 당부한 것은 그런 책임과 거리가 멀다. 그래놓고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권리 포기”를 주장하는 것을 결단이라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다. 자기 수사부터 정치 보복으로 단정하니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에도,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에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다. 혁신위원장 내정을 일방 통보해 이래경 사태를 만든 것도 이 대표다. 지도부가 투명하게 논의하고 중지를 모았다면 ‘천안함 자폭설’ 같은 발언이 걸러지지 않았을 리 없다. “내부 논의를 충분히 했든 안 했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지만, 결과에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대표”라고 한 것은 공허한 말장난에 가깝다. 혁신위원장 후보에서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이 밀린 이유로 조응천 의원은 “진짜 혁신을 할 것 같으니까”라고 말했다. 진짜 혁신을 실행할 의지를 이 대표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는데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누가 믿겠나.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당장 퇴진은 어렵다는 인식이 민주당 안팎에 많다. 나는 오판이라고 본다. 권력 공백의 혼란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배를 침몰시키는 선장이 무슨 소용이냐고 묻고 싶다. 이상민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이번 (이래경) 사태가 이재명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이라며 “이 대표가 하루라도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이 대표는 지금이라도 죽는 길을 택함으로써 살길을 모색하기 바란다. 이 대표가 없을 때 비로소 민주당은 비전과 가치와 타협을 이야기할 수 있다. 계파 간 공천권 다툼에서 벗어나 민주당의 확장을 내다보게 될 것이다. 이런 혁신이 아니라면 관두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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