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시.”
홍준표 대구시장은 19일 페이스북에 대구퀴어문화축제 관련 본보 사설을 사설정보지급 풍문으로 치부했다. 앞서 17일 축제 주최 측은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 행사용 무대설치 차량 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시 공무원 500여 명은 “집회신고뿐 아니라 별도의 도로점용 신고가 필요하다”고 막아섰다. 하지만 대구경찰청이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는 보장돼야 한다”면서 차량 진입을 허용하자 공공기관끼리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본보는 “경찰에 집회신고만 하면 도로를 쓸 수 있게 해왔던 시스템을 뒤엎으려 한다”고 지적했고, 홍 시장은 즉각 발끈했다.
홍 시장의 반박 논리는 이렇다. 먼저 주최 측이 무대설치를 시도한 곳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집회금지’ 구역이다. 또 경찰이 집회를 허가했어도 도로에 무대를 설치하는 일은 별도 사안으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정부 유권해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도로점용 허가를 신청한 적도 없고, 집회가 제한된 공공도로를 무단 점거해 행정대집행으로 막겠다고 한 것”이라며 거듭 정당성을 설파했다. 홍 시장의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정부 관계자 및 경찰 측 설명을 들어봤다.
동성로에선 애초에 집회 불가?
집시법 12조는 교통 소통 등을 이유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 집회를 금지ㆍ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홍 시장 말처럼 주요 도로 범위에 축제가 열린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포함돼 있는 건 맞다. 다만 주요 도로라고 해서 무조건 집회ㆍ시위를 막을 수는 없다. 한 정보 경찰관은 “금지가 가능하다는 의미일 뿐, 집회ㆍ시위를 일률적으로 불허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조항의 판단 권한을 가진 대구경찰청도 주최 측에 집회 금지 관련 통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상인 등이 낸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 역시 15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도로 집회는 관청 허가받아라?
그럼에도 홍 시장은 도로점용 허가 없이 설치된 ‘불법’ 시설물을 강제철거하는 절차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에 집회신고를 받더라도 도로점용 허가는 별도로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2020 도로점용 질의 회신 사례집’에서 “집회ㆍ시위 시 도로를 점용하는 공작물 등이 있다면 도로관리청 허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도 “무대와 부스를 설치해 하루 종일 도로를 점거하고 물품 판매와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허가를 받고 해야 하는 행사”라고 거들었다.
다만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이번 논쟁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토부가 도로점용 허가 대상이라고 밝힌 공작물은 전봇대, 수도관, 주차장, 즉 ‘고정’ 시설물이다. 집회 때 임시 설치됐다 철거되는 부스, 무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실제 국토부 관계자도 “(집회 시설물이) 점용 허가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는 도로를 관리하는 행정당국에서 건건이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집회 목적으로 도로에 무대 등을 만들 때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홍 시장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경찰 안에서도 “도로점용 허가는 황당한 주장”이라는 반응이 많다. 경찰은 ①집시법에 시위를 ‘도로, 광장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는 등의 행위’라고 적시돼 있고 ②대법원도 ‘적법한 집회의 도로사용을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기에, 집회신고와 별도로 도로 사용을 허가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간부는 “사전 신고만 하면 무대를 설치하든, 춤을 추든 집회 ‘내용’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과 집시법의 취지”라며 “지자체에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헌법이 금지한 ‘집회 허가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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