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주도 '미얀마 논의'에 주요국 불참
'군부 독재' 캄보디아만 외무장관 참석
"2년간 변화 없는 미얀마와 논의 일러"
태국 군부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의체에서 쫓겨난 미얀마 군정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이려다 사실상 실패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미얀마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미얀마 군부에 대해 대부분의 이웃 국가가 ‘시기 상조’라며 등을 돌린 탓이다. 국제 정세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군부 동지 챙기기’에 나선 태국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비공식 외무장관급 회담에 미얀마 대표를 초청했다”며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태를 종식하기 위한 아세안 차원의 노력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세안은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 같은 해 4월, ‘폭력 중단’ 등 내용이 담긴 5개 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군정이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자 아세안은 미얀마를 각종 고위급 회의에서 배제했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이 2년여 만에 미얀마를 다시 아세안 ‘대화의 장’에 복귀시키려고 시도한 셈이다.
그러나 주요 회원국들이 줄줄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아세안 비공식 외무장관 회담은 ‘반쪽짜리 회담’이 됐다. 이 자리에 미얀마 군부가 임명한 탄 스웨 외무장관도 초대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국가 대부분이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에 부정적 의견을 보여 온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다.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아세안은 아직 미얀마 문제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내정불간섭 원칙을 내세워 미얀마 사태에 침묵해 왔던 말레이시아와 필리핀마저 “선약이 있다”거나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으며 사실상 참가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외무장관 참석을 분명히 밝힌 나라는 또 다른 군부 독재 국가인 캄보디아뿐이다.
결국 회의는 당초 계획(18일)보다 하루 늦게 열렸다. 이 자리에는 태국과 미얀마 외무장관 외에 미얀마에 무기를 수출하는 중국·인도 정부 관계자, 아세안 지역에서는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브루나이의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참석 국가(베트남 라오스 브루나이 등)도 장관이 아닌 하급 관리만 파견했다”고 전했다. 아세안 핵심 국가들이 모조리 빠지면서 의미가 크게 퇴색된 셈이다.
태국도 할 말은 있다. 돈 프라무드위나이 태국 외무장관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얀마에서 군부와 시민군 간 전투가 격화하며 안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아 지역 평화를 위해선 미얀마와의 직접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태국을 향한 비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태국은 지역의 다른 국가들이 피하는 미얀마 군부를 회의에 초대하는 오만함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도 “미얀마 군부가 2년간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신호도 보이지 않은 만큼 이들과 다시 관계를 맺는 건 이르다”고 말했다.
미얀마 민주 진영도 태국 정부 규탄에 나섰다.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는 “불법 정권을 회의에 초청하는 것은 미얀마 정치 위기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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