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상호주의에 입각해 한중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며 국내 거주 중국인의 투표권 제한과 건강보험 피부양자 축소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은 참정권이 없고 피부양자 건보 적용 범위도 좁아 "부당하고 불공평하다"며 중국인의 과도한 건보 혜택을 '먹튀'에 빗대기도 했다.
김 대표가 문제 삼은 것은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공통 적용되는 사항이다. 공직선거법은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준다. 외국인이라도 건보 가입자에겐 내국인과 동일한 범위의 피부양자(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 등록을 허용한다. 그런데도 중국을 콕 집어 문제 삼은 건 반중 정서에 편승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
물론 국내 외국인 유권자의 대다수(78.9%, 지난해 지방선거 기준)는 중국인이다. 한국, 서유럽 등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처럼 중국도 외국인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중국인 유권자 규모(10만 명)나 낮은 투표율(13.3%)을 감안할 때 "중국이 한국 내정에 간섭할 수단을 갖고 있다"(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는 식의 주장은 과장스럽다. 외국인 건보 재정수지 흑자 기조에도 중국인 수지가 매년 적자인 건 사실이나 당국의 무임승차 근절 노력으로 적자 폭은 크게 줄었다.
김 대표 발언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이후 거세진 당정의 중국 비난 기류와 맥이 닿아 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이 싱 대사를 비판하며 "(한중 간) 상호주의에 맞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지시한 다음 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영주권과 투표법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고, 권 의원은 '내정간섭' 우려를 피력했다. 중국에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국익과 원칙, 선린에 기반한 당당함이어야지, 국내 정치에 유리한 제스처를 외교 무대에서 보이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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