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퀘이사와 블랙홀 등 온갖 천체를 품은 '우주'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대상이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우주에 대한 탐구 작업과 그것이 밝혀낸 우주의 모습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천문학과 학사 20년만에 4배
자료분석 처리 기술 필수 학문
AI활용 과학인재 중요성 시사
최근 지인에게서 미국에서 천문학 공부하는 학생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좀 의외라는 생각에 통계자료를 찾아봤더니 정말로 천문학 학사 학위를 받은 사람 수가 최근 매우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 물리학 연구소(American Institute of Physics)라는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 2021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매년 천문학 학사 학위를 받는 사람 수가 2001년 200명에서 2021년에는 820명으로 20년 만에 4배로 증가했다. 최근 10년만 놓고 따져도 약 2.5배로 그 수가 늘어났다. 미국 대학에 있는 교수님들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봐도 대학원으로 천문학 공부하러 입학하러 오는 학생 수 증가를 체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왜 그렇게 천문학 공부하는 학생 수가 늘어났으며, 천문학 전공자는 졸업 후 무엇을 하는가라는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우주개발을 많이 해왔고, 허블 우주망원경 등 쟁쟁한 우주 관측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던 곳이라 우주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항상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우주에 대한 관심이 갑작스레 높아져서 천문학 전공 학생 수가 증가한 것 같지는 않다. 예전과 현재의 한 가지 차이점이면 스페이스X 등 우주개발에 민간기업이 대폭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인데, 민간기업 참여로 인하여 일자리 창출의 기대감이 생긴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아무래도 천문학 전공 학생들이 늘어난 동기를 찾으려면 두 번째 물음인 졸업 후 무엇을 하게 되느냐와 천문학에서 얻는 전문지식이 무엇인지 살펴봐야겠다. 최근 천문학 연구를 위해서는 고성능 망원경과 천체 관측용 고성능 카메라 개발, 그리고 그런 기기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천체들을 분석하기 위한 고도의 프로그래밍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기로 얻은 막대한 양의 관측 자료 속에서 흥미로운 천체 현상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최신 자료 분석기법의 활용도 일상화되고 있다. 자료 분석을 위한 대용량 서버와 GPU를 활용한 고속 자료처리 기술도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천문학자는 고급 프로그래머 및 기술자와 비슷해지고 있다. 다만 보통 프로그래머와 다른 점은 과학연구라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의 여러 과학적 지식과 관측시설에 사용된 공학적 지식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다는 점이 되겠다. 그런 능력을 갖춘 졸업생들은 산업계에서도 환영받기 쉬울 테니 아마도 그런 점이 천문학을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수학, 물리학을 전공하는 학생 수 역시 최근 많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들었는데, 이들도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연구에 활용하는 학문 분야이다. 실제로 천문학 포함 그런 분야의 전문인력이 산업계에 고액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되는 일이 적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컴퓨터나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력 양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런 기술을 사용해서 실제 과학 문제를 풀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의 양성이다.
과학적 전문지식 습득은 시간이 걸리지만 과학 난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적절한 기술을 활용하여 그것을 제대로 풀 수 있다. 미국에서는 그런 인력에 대한 대우가 좋다 보니, 천문학 등의 인기가 높아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천문학 전공 학생의 증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적 소양을 갖춘 능력 있는 인재에 대한 좋은 대우가 기초과학의 성장과 산업계에 필요한 고급 인력 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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