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인물] 안명규 대구커피협회 초대 회장
110여 대구 토종 커피브랜드...성장 터전 조성
대구 커피는 '창업' 보다 '장인' 개념
1990년 커피명가 1호점...금연 묵언 다양한 시도
대구커피협회가 지난 2월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대구 커피업계의 부활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대구는 토종 커피브랜드의 산실이었지만 다국적 커피브랜드의 무차별 시장 확장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00개가 넘는 대구산(産) 커피브랜드는 협회와 함께 카페 운영 및 스마트 경영 노하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팁 등을 공유하며 '커피도시 대구'의 꿈을 키우고 있다. '급변하는 커피 산지 최신정보'에 대한 협회의 주제 세미나가 열린 지난 20일 대구 대백프라자 커피명가에서 초대 회장인 안명규(59) 커피명가 대표를 만났다.
-대구커피협회가 지난 2월 중순 발족했다. 초대 회장을 맡으셨는데.
"커피가 대중적 언어와 문화로 자리잡는 시대가 됐다. 장사 개념으로는 더 발전할 수 없다. 시민들이 공감하고, 즐거워하면서 다른 도시와 다른 대표 브랜드로 자존감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구는 1990년 원두커피를 도입하면서 국내 커피문화를 선도해왔는데도 2010년대 접어들면서 수도권에 밀려 잊혀진 도시가 되고 있다. 대구에서 토종 브랜드를 내건 후배들이 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협회를 만들게 됐다."
-대구에 토종 커피브랜드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대구에는 커피명가와 핸즈커피, 시애틀의잠못이루는밤, 모캄보, 커피인, 더브릿지 등 토종 커피 브랜드가 110여 개에 이른다. 대구지역 7,000여 카페 중 토종 브랜드 커피점은 200여 개 정도다. 대구 사람 핏속에는 문화예술 DNA가 따로 있는 것 같다. 6·25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문화예술인들이 다방에서 교류했고, 더위와 추위가 극심한 도시특성도 실내 공간의 모임을 활성화시킨 것 같다. 커피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렸다."
-대구 커피계의 특성을 찾을 수 있나.
"서울과 수도권은 청년들 중심으로 창업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고, 대구는 커피 외길인생을 걷고 있는 '장인'들이 많다. 커피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1년 365일 일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수익보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면 딴 길로 갈 수 밖에 없다. 대구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쪽에 가깝다."
-커피, 어떻게 마셔야 하나.
"커피는 향을 음미하는 맛과 멋이 즐거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커피를 추출한 후 좋은 향을 맡을 수 있는 시간은 1, 2분에 불과하다.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루 중에는 오전 10시부터 30분 정도 시간이 좋다. 온몸이 커피의 향을 받아들이기 위해 활성화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1만 원이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커피도 음미할 수 있다. "
-커피명가 얘기를 해달라.
"1990년 7월 독학으로 커피를 터득한 끝에 경북대 후문 쪽에 커피명가 1호점을 열었다. 원두커피 전문점으로 대구 1호점이고, 전국서도 두 번째다. 당시 다방은 말할 것도 없이 전국 모든 곳이 흡연장소였는데, 개업 3개월 되던 10월에 '금연'이라고 써붙였다. 인상 험한 친구들이 담배 피우지 못하게 한다고 패악질을 부리기도 했다. 1991년에는 카페 처음으로 '커피명가 음악회'를 열었다. 커피명가는 독특한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여러가지 시도한 것으로 안다.
"커피명가 40여 가맹점 중 대구 수성구 만촌동 '라핀카'는 지난 한 해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2~5시 3시간 동안 '묵언의 공간'이 됐다. 다들 의아해했지만 곧 커피 한 잔에 침묵을 즐기게 됐다. 또 라핀카와 매일신문사 1층 'camp by 커피명가'는 10년 넘게 매일 오전 8~9시 1,000원의 착한 가격에 '행복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이 커피 판매대금은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로 현지 커피농장에 어린이놀이터를 만드는데 쓰였다. 한 잔의 커피로 모두가 나눔을 실천한 셈이다. 최근에는 '스타벅스 저지운동'도 펼치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이 하나 들어오면 인근 토종 커피매장 열 개의 씨를 말리기 때문이다."
-힘든 고비도 있었을 것 같다.
"옛날에는 카페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달랐다. 명절때 친척들이 모이면 어르신들이 '자네, 아직도 다방 하나'라며 천시했다. 그 느낌이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전달될 때 많이 불편했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해도 이 길을 가겠다는 마음은 변함없다."
-대구커피,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 대구가 섬유, 교육으로 앞장 섰지만 명성이 예전같지 않다. 커피는 서울과 수도권을 충분히 앞설 수 있는 테마다. 대구도 회원사들이 독자적인 브랜드는 물론 지역을 대표하는 커피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전국에 내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구시가 다른 산업의 1%만 커피에 지원해도 대구의 이미지를 확 바꾸는 폭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다. 앞으로 대구하면 커피가 먼저 떠오르도록 뛰겠다."
●약력
△커피명가 대표 △국내 첫 로스팅머신 개발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 회장 △네슬레가 선정한 국내 최고 커피 전문가 △2011 WBC(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기조연설 △대구커피협회 초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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