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초등학생이 책상을 내려치며 화를 내자, 그 학생에게 벌을 주고 혼잣말로 욕설을 한 교사가 선고유예형을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초등교사 A씨(58)에게 벌금 5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23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로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는 것이다.
A씨는 지난해 5월 23일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4학년인 B군에게 욕설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B군을 약 10분간 교실 뒤에 서 있는 벌을 주고 옷깃을 잡은 혐의도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교실에서 짜증을 내며 책상을 내리치는 B군을 말린 뒤, 학부모에게 연락하기 위해 교실을 나가다가 “싸가지 없는 OO”라고 혼잣말을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혼잣말을 했는데 목소리가 크게 나온 줄 몰랐다”며 “학생을 모욕하거나 정서적으로 학대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훈육과 훈계 등 교육성 체벌은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허용된다”며 “당시 교실에 아이들이 있었고 다른 학생이 욕설을 듣기도 해 정서적 학대 행위가 미필적(완전한 고의가 아니더라고 범죄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한 행위)이지만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벌을 세운 행위는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B군의 멱살을 잡았다는 공소사실은 아동의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옷깃을 잡아당긴 정도에 불과하고 별다른 증거도 없다”면서 “교실 뒤에 서 있게 하는 벌을 세운 것도 신체적·정신적 학대 행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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