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국 델라웨어주에 소비세가 없는 이유

입력
2023.06.25 20:00
25면
0 0
이춘우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미국 델라웨어주 듀폰 중앙리서치센터

미국 델라웨어주 듀폰 중앙리서치센터

.잘못한 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거나 상기시키는 행동을 우리는 '지적질'이라고 한다. 지적질받는 당사자는 잘못을 뉘우치고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엇나가는 행동을 선택할 수도 있다. 자녀를 교육할 때도 잘못한 점만을 들춰내어 벌을 주기보다는 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마다 칭찬과 격려를 해 주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행동을 하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포함하는 평가와 피드백이 실제로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ling prophecy)의 원리를 생각해 보면,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태도를 먼저 보이면 상대방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기업 현장에는 수십 년 동안 기업들을 비난하거나 비하하는 '반(反)기업 정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재계도 매우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로, 몇몇 경제단체들은 주기적으로 '반기업 정서 기업 인식조사'나 '기업 호감도 조사' 발표를 해 오고 있을 정도다. '반기업 정서'는 한국에서 기업을 창업하고 경영하는 데 보이지 않는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는데, 관련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반기업 정서가 형성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재벌 기업(인)들이 정경유착, 탈세나 탈법·불법 상속 비자금, 환경오염 등 비윤리적 경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지속적으로 발생해 온 기업인들의 탈세나 탈법 갑질, 부정행위, 환경 파괴 등은 반기업 정서를 고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미국·프랑스 등 거의 모든 나라에도 반기업 정서가 관찰된다.

반기업 정서를 완화시키려면 기업(인)들이 준법·윤리경영은 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적이고 가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기업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사회 공헌도 창의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그런 사례로는 미국 델라웨어주를 들 수 있다. 미국에서 세금이 적은 주의 하나인 델라웨어주는 소비세(sales tax)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데, ㈜듀폰 등 델라웨어주에 소재한 기업들이 주민들이 납부할 소비세를 대신 내기 때문이다. 필자도 델라웨어주에서 전자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세금이 없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기업도 인간처럼 준법 정신과 윤리적 의식이 강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현실에서 뒤섞여 있다. 그런데 반기업 정서는 비윤리적인 경영을 하거나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는 기업들만 주목하고, 마치 모든 기업이 그런 것처럼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통해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대한민국이 경제규모 세계 10위로 성장하는 과정에는 노동자와 기업인의 노력이 모두 투입됐다. 기업이 잘한 일들을 부각해 사회적으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갈수록, 기업은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더욱 주의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국민과 언론이 기업에 기대하는 바를 명확하게 표시하고, 기업은 그에 맞춰 적극적인 행동을 한다면 자기실현적 예언이 실현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기업이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고 인정받는 사회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며, 기업을 존중해 주는 국민 정서는 대한민국을 21세기 세계 초일류 국가로 도약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