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그제 선거제 개편을 위한 3당 대표 간 담판을 제안했다. 각 당이 이달 말까지 기본 입장과 대안을 제시한 뒤 합의안을 도출하자는 것이다.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개혁안을 국민 앞에 내놓자는 제안은 백 번 옳은 말이고 국민상식에도 부합한다. “타협이 안 되면 위성정당 방지 방안을 넣고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 역시 현실적인 얘기다. 앞서 ‘국회의원 10%(30명) 감축’을 들고나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비판이 나오자 어제 “세금을 절약하자는 것이 포퓰리즘이라면 맨날 하겠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선거제 개혁은 올 4월 국회 전원위원회 토론으로 요란하게 주목받았지만 이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달 초 여야 간 ‘2+2협의체’ 구성 여부를 논의했으나 지금은 이조차 ‘개점휴업’ 상태다. 정치권은 과거에도 여론 압박이 있을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상대측 주장을 당리당략으로 치부하는 대신 뒤에선 서로 미소 짓는 ‘뭉개기’ 행태를 반복해왔다.
이런 가운데 집권당 대표가 의원수 축소 주장을 공식화하면서 논의는 허공에 뜬 것처럼 보인다. 선거제 개혁 취지는 승자독식의 현행 소선거구제를 개선해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한편, 다양한 목소리를 제도권에 담는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로 집약된다. 여당이 ‘국민 뜻’을 내세워 의원수 축소로 몰아가는 건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만만한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국회 정개특위가 지난달 실시한 공론조사에서 시민들의 의원 축소 의견은 토론 전 65%에서 토론 후 37%로 줄고, 확대 의견은 13%에서 33%로 늘었다. 정보를 제공받고 숙의를 거치면 의원수를 줄여야 한다는 막연한 국민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였다.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야말로 이해하기 힘들다. 여야가 정치신인과 소수당 진입장벽을 높이는 비례대표 축소에 야합해선 곤란하다. 이는 양당이 합심해 현역의원 기득권을 강화하거나, 논점을 흐려 선거제 개혁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의심받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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