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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설립 신청 수도권에만 925건...원전 40개 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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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설립 신청 수도권에만 925건...원전 40개 지어야

입력
2023.06.27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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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망보다 수도권 신청 370여건 늘어
"전기공급 거부 가능" 관련법 개정 겹쳐 역효과도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마이크로소프트(MS) 제공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마이크로소프트(MS) 제공


1년 전력 사용량이 4인 6,000가구와 맞먹어 일명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IDC)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해 정부가 관련법까지 개정했지만 도리어 수도권에 추가로 짓겠다는 신청 건수가 정부 추산보다 375건이나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한 IDC가 수도권에 들어선다면 신규 원전(1,400㎿)의 40기에 해당하는 전력이 필요해 IDC를 수도권 바깥에 마련하도록 이끌 실질적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일보가 확보한 한국전력의 '전국 데이터센터 전기공급 현황'에 따르면, IDC 사업자들이 전기 공급이 필요하다고 한전에 낸 '전력수전예정통지'는 4월 30일 기준 1,224건으로 이 중 76%가 수도권에 있다. 구체적으로 서울 70건, 인천 167건, 경기 688건에 달한다. 이들 IDC가 사용하는 전력 규모는 전국 7만7,684㎿, 수도권은 5만6,149㎿로 각각 신형 원전 56기, 40기를 돌려야 만들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한전 고시에 따르면, 100~300㎿ 전력 사용자는 3년 전, 300㎿ 이상 전력 사용자는 4년 전 한전에 나중에 전력 사용을 신청한다는 의미로 '전기사용예정통지'를 해야 한다.

현재 한전이 전기를 공급하는 전국의 IDC는 147개로, 이 IDC의 전력 용량을 모두 끌어모아도 원전 1.3기에 불과한 1,876㎿에 그친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전력이 필요한 셈이다.

올해 초 정부는 IDC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내놓으며 2029년까지 추가로 들어선 IDC 전국 637개(전력 규모 4만1,467㎿), 수도권에 550개(3만5,596㎿)가 될 거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해 9월 IDC 신청 건수를 바탕으로 예상한 규모다. 구체적으로 서울에 75곳(4,785㎿), 인천에 85곳(4,978㎿), 경기에 390곳(2만5,833㎿)이 들어설 거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부가 전망치를 내놓은 지 다섯 달 만에 예상치의 두 배 가까운 규모가 신청된 셈이다. 서울 신청 건수가 정부 예상보다 소폭 줄었지만 인천은 82곳, 경기는 298곳이 더 늘었다. 다만 강원과 대전‧충청 지역의 IDC 전기사용예정통지도 급증해 전체 IDC 신청 중 수도권의 비율은 감소했다.



AI 산업 대세 되며 데이터양 기하급수적으로 급증

그래픽 박구원 기자

그래픽 박구원 기자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에 필요한 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IDC 전기사용 신청 건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 오픈AI의 챗GPT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부터 네이버, KT, 카카오, SK텔레콤 등 국내에서도 초거대 AI 서비스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챗GPT의 경우 1,750억 개의 매개변수(AI가 학습하는 데이터양을 추정하는 단위)를 활용해 개발됐는데 이 변수가 많을수록 더 똑똑한 AI를 구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I 서비스가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기까지 공부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IDC 전기사용신청도 크게 늘었다.

정부가 IDC 지역 분산을 위해 IDC가 주변 지역 전력 공급에 부담을 줄 정도로 전력을 많이 쓰면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역설적으로 수도권 신청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용인시·고양시 일대 IDC 전기사용예정통지가 급증했다"며 "3월 말 개정안 적용을 앞두고 '막차'를 타자는 의도로 실제 사용보다 더 많은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수도권 IDC 고객에게 시설부담금을 할인해 주고 강원과 전북‧전남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투자금 일부를 지원하는 등 IDC를 비수도권에 보내기 위해 다양한 지원 카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에 IDC를 지을 만한 IT 관련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데이터센터 기업 관계자는 "전기요금 아낀다고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은 지방에 갈 기업이 누가 있겠나"라며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데이터센터 수요를 만드는 것부터 해당 지역의 유지 보수 기업 및 대학 등과의 인력 연계 등 생태계가 함께 구축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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