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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근육이 두꺼운 '비후성 심근증', 심장 수축 기능 정상이어도 예후 나쁠 수 있어

입력
2023.06.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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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심실 박출률 50~60%라면 60% 이상보다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 2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비후성(肥厚性) 심근증의 예후(치료 경과)를 평가하는 새로운 관점이 제시됐다.

국내에서는 비후성 심근증 환자가 10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상은 환자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으로 돌연사할 위험이 있다.

심장 수축 기능이 정상이지만 좌심실 박출률이 60% 미만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는 60% 이상 환자보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2.4배,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이 2.6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황인창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최유정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2008~2019년 서울대병원 및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비후성 심근증으로 진단받은 1,858명을 대상으로 좌심실 박출률로 평가한 좌심실 수축 기능에 따른 예후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유전적으로 두꺼워지는 희소 난치성 질환으로 심장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진단ㆍ치료 발전으로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게 됐지만 뇌졸중·심부전 등 심혈관계 합병증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환자마다 다른 예후를 예측할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예후를 평가하는 지표로 심장의 좌심실 수축력을 나타내는 ‘좌심실 박출률(LVEF)’에 주목했다. 심장 초음파검사로 측정할 수 있는 좌심실 박출률은 좌심실에 들어온 혈류량보다 대동맥으로 빠져나간 혈류량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50% 미만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는 심장 돌연사 위험이 높아진다고 미국심장학회는 2020년 권고한 바 있다.

연구팀은 1,858명의 비후성 심근증 환자를 좌심실 박출률로 나타낸 좌심실 수축 기능에 따라서 △보존형(≥60%, 1,399명) △저-정상형(50~60%, 415명) △감소형(<50%, 44명)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4.1년간 예후를 추적 관찰했다.

1차 평가 변수는 심장 돌연사 및 유사 사건(심실빈맥·세동, 삽입형 제세동기 작동 등)이며, 2차 평가 변수는 심부전 관련 입원, 심혈관 사망,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1차 평가 결과, 감소형(<50%) 환자군의 심장 돌연사 위험은 보존형(≥60%) 환자군보다 5.2배 높았다. 저-정상형(50~60%) 환자군의 심장 돌연사 위험은 보존형(≥60%)보다 유의미하게 높지 않았다.

즉 감소한 좌심실 수축 기능이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심장 돌연사 위험을 독립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실제로 기존 유럽심장학회 심장 돌연사 예측 모델(2014)에 ‘좌심실 박출률 50% 미만’ 변수를 추가하자 예측 정확도가 개선됐다. 이는 또한 기존 미국심장학회의 비후성 심근증 예후 가이드라인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2차 평가 결과, 저-정상형(50~60%) 환자군은 보존형(≥60%)에 비해 심부전 관련 입원 위험이 2.4배, 심혈관계 사망 위험이 2.6배 증가했다.

이런 결과는 좌심실 박출률이 정상 수준이지만 낮은 편에 속하는 ‘50~60%’ 비후성 심근증 환자들도 심혈관 합병증 발생에 주의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최유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의료진은 감소형 좌심실 수축력을 가진 환자뿐만 아니라 저-정상형 좌심실 수축력을 가진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인창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후성 심근증 연구에서 기존에 주목해 왔던 좌심실 수축력 감소 환자뿐만 아니라 좌심실 박출률 50~60%인 저-성장형 좌심실 수축력 환자들에게 최초로 초점을 맞춰 새로운 예후적 관점을 제시했다”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형관 교수는 “저-성장형 좌심실 수축력을 가진 비후성 심근증 환자는 정상 심근 기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돼 그동안 임상 현장에서 간과됐지만 이번 연구로 이러한 환자도 심부전 및 심혈관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확인해 의미가 크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저-성장형 좌심실 수축력을 가진 비후성 심근증 환자 중에서도 예후가 더 좋지 않을 수 있는 환자군을 발굴하는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로써 더 정확한 위험군 발굴 지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MJ HEART(영국의학저널 심장학)’ 대표 논문으로 선정돼 편집위원회의 논평과 함께 5월호에 게재됐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제공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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