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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사업이라더니… 광주시, 복합쇼핑몰 유치 특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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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사업이라더니… 광주시, 복합쇼핑몰 유치 특혜 논란

입력
2023.06.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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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제안서 적정성 검토 두고
민간투자법 유리하게 선택 준용
형식 요건 미비한데도 용역 의뢰
최초 제안자 평가 가점도 만지작
"신세계 편의 봐주기" 비판 도마

신세계프라퍼티가 광주광역시 광산구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부지 내에 짓겠다고 제안한 복합 쇼핑몰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투시도. 신세계프라퍼티 제공

신세계프라퍼티가 광주광역시 광산구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부지 내에 짓겠다고 제안한 복합 쇼핑몰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투시도. 신세계프라퍼티 제공

"역대 최고 사업이다." "광주 시민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광주광역시는 28일 복합쇼핑몰 유치 사업을 이렇게 평가했다. 강기정 광주시장 취임 1주년 성과를 자랑하면서다. 여기엔 복합쇼핑몰이 광주를 '꿀잼 도시'로 바꿀 필수 아이템이란 믿음이 깔려 있다. 그런데 어쩐지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광주시가 어등산에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복합쇼핑몰을 짓겠다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제안서를 두고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민간제안서로 적정한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세계프라퍼티의 편의를 봐주는 식으로 관계 법령을 선택적으로 준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이른바 특혜 시비다.

광주시는 어등산 복합쇼핑몰 유치를 18년째 답보에 빠진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의 전환점으로 삼고 있다. 광주시가 사업시행자로 지정한 광주시도시공사가 4월 신세계프라퍼티의 복합쇼핑몰 사업 제안서로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을 수행하는 데 적정한지 검토해 달라고 전남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맡긴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해 말 신세계프라퍼티가 제안서를 내자,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을 위한 민간사업자 공모 방식을 기존 일반 공개경쟁에서 제삼자 사업 제안으로 바꿨다. 이 방식은 민간사업자가 최초 개발 사업 계획을 제안하면 발주처가 적정성 검토를 거친 뒤 제삼자에게도 사업 제안 기회를 줘 효율적 개발을 꾀하기 위해 시행한다. 제삼자 제안 사업 추진 절차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광주시는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추진 근거인 관광진흥법에 제삼자 제안 방식으로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어 민간투자법과 그 시행령을 준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광주시(광주시도시공사)가 이 법령을 입맛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최초 제안자의 제안서엔 제안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 내용과 총사업비 명세, 자금 조달 계획, 시설 관리 운영 계획 등 8개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 주무관청은 제안서가 이런 형식 요건을 갖추고 있고, 보완 요구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제안서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안서 내용에 대해 검토를 의뢰해야 한다. 특히 주무관청은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처럼 총사업비가 2,000억 원이 넘는 사업에 대해선 ①한국개발연구원 부설 공공투자관리센터나 ②예비타당성 조사 전문 기관에 제안서 내용 검토를 의뢰해야 한다. 이 경우 ①과 ②의 장(長)은 경제성과 정책적 필요성 분석을 포함한 적격성 조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신세계프라퍼티의 제안서는 사업 타당성 조사 내용과 자금 조달 계획 등이 누락돼 있는 등 형식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신세계프라퍼티에 제안서 보완 요구도 하지 않고 있다가 제안서가 접수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전문 기관으로 지정되지도 않은 전남대 산학협력단에 제안서 적정성 검토를 의뢰했다. 광주시 보완 요구는 용역 과정에서 단 한 차례 있었을 뿐이다. 광주시가 민간투자법상 민간부문 제안 사업 추진 절차 중 일부만을 취사선택하듯 준용한 것이다. 이는 밖에서 보면 신세계프라퍼티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시가 신세계프라퍼티에게 최초 제안자로서 향후 제안서 평가 때 우대 점수(총평가 점수의 5~10% 범위)를 주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공정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제안서 기재 사항이 충족되지 않은 제안서를 낸 최초 사업자에게 가점을 부여하는 게 올바르냐는 것이다. 광주시가 신세계프라퍼티에게 특혜를 주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투명성과 공정성, 신속성에 기초해 어등산 관광 단지를 대한민국 넘버원 관광 랜드마크로 만들 수 있도록 제안서 검토에 시정 역량을 집중하겠다"던 강 시장의 호언이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간투자법을 준용해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신세계프라퍼티의 제안서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요청했지만 공공투자관리센터가 민간투자법이 아닌 관광진흥법에 근거한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의 제안서를 검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자체 외부 용역을 의뢰한 것"이라며 "제안서 검토와 공모 지침 작성 용역 결과가 나오는 7월쯤 관광진흥법에 따른 제삼자 공모를 공고하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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