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최근 3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22개의 ‘킬러문항’ 예시를 제시하고, ‘핀셋’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답률이 36%에 이르는 EBS교재 연계 문항도 포함되는 등 기준에 대한 혼란은 여전하다.
교육부는 26일 ‘킬러문항’을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문항’ 예시는 이런 정의와 배치되는 게 보인다. 사교육 경감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된 EBS 연계 문제와 교과과정에서 출제한 문제까지 ‘킬러문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낯선 철학 용어를 다수 사용한 지문이나 문제 해결에 많은 시간과 높은 수준의 추론이 필요해 ‘킬러문항’으로 제시된 국어 문제는 EBS수능특강과 연계된 것이고 정답률도 각각 36.4%, 36.8%에 이르렀다. 또 한 고교 수학교사는 “6월 모평 킬러문항으로 제시된 3문제 모두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됐다”며 “정답률이 낮아서 킬러문항이라는 건지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사교육을 받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을 배제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방침은 지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급하게 가려다 보면 앞뒤가 맞지 않고 또 다른 문제를 키우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교육부는 논술·구술 등 대학별 고사가 교육과정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사교육 경감 대책’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EBS 수준별 학습 콘텐츠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EBS와 연계된 일부 문제를 ‘킬러문항’으로 규정한 것과 엇박자이다.
입시와 사교육 문제에서 근본적인 접근 없는 단기 묘책은 있을 수 없다. 수능 제도의 창시자인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본보 인터뷰에서 “현재 수능은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학력 검사와 비슷한 시험이 됐다”며 비판했다. “교육의 목적·기능과 같은 본질적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는 그의 지적을 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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