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상 후보' 이금이, 신작 '너를 위한 B컷'
SNS·학교폭력·성소수자 등 폭넓은 질문 던져
40년간 아동·청소년 문학 대표작가로 활동
시대에 맞게 꾸준히 개정하려 직접 출판사도
"그럼에도 세상은 살 가치 있단 걸 전하고파"
"누구나 편집을 하는 1인 미디어 시대잖아요. 말끔한 편집에 '편집 잘했다'고 칭찬처럼 말하죠. 그런데 실제와 다르게 포장하는 일을 당연하게만 여겨도 되는지가 마음에 항상 걸리더라고요."
흔히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믿지 말라고 한다. 편집으로 가려진 곳에 진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라서다. 편집이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 걸까.
아동·청소년 문학 대표작가 중 한 명인 이금이(61)의 신작 장편소설 '너를 위한 B컷'(문학동네 발행)은 이런 물음에서 출발한 소설이다. 최근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작가는 '편집'이란 행위를 다각도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SNS, 유튜브 등에 익숙한 10대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소설은 열다섯 살 선우가 같은 중학교 친구 서빈의 유튜브 영상 편집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선우는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서빈과 친구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 원본을 받아 이들의 장점을 부각하는 편집을 한다. 늘어나는 조회수에 뿌듯해하며 편집에 재미를 붙이던 중 서빈이 연루된 학교폭력의 진실이 편집 과정에서 삭제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소설의 결론은 "순한 맛"이다. 선우는 용기를 내 삭제됐던 영상 속에서 괴롭힘의 증거들을 찾아내 공개한다. 결국 서빈과 가해자들은 잘못을 고백하고 징계를 받는다. 보통 열린 결말을 선호하는 작가가 이처럼 '판타지적 결론'을 내린 것은 예상 밖. 작가는 예측불허의 감염병 세상에서 불안을 느낀 아이들에게 "작품을 통해 안도감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실원리와 조금 동떨어져 있다 해도 지금은 우선 아이들에게 위무가 필요한 시대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결말에 "원론적으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바로잡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도 깔아두었다.
1984년 등단, 등단 40년을 헤아리는 이 작가가 성소수자를 주요 인물로 그린 첫 작품이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그는 "청소년소설에서 다문화, 장애 등 소수자는 걸림돌을 만나 극복하는 '분투기'에 그치는데 거기서 한발 나아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우의 친구로 등장하는 미호는 그래서 성소수자인데도 외부와 갈등을 겪지 않는 캐릭터로 그렸다.
동화로 시작해 소설로 확장한 이금이의 문학 세계는 폭이 넓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면 소재의 한계도 없다. 아동성폭력 문제를 다룬 '유진과 유진', 하와이 이주 조선인 여성을 소재로 한 '알로하, 나의 엄마들', 평행세계 여행이라는 판타지 요소가 담긴 '허구의 삶' 등 다양하다.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도 꼽히는 국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글작가 부문)에 2020년에 이어 2024년에도 이 작가가 후보로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두 번씩이나 후보에 올라 영광"이라면서 "수상은 운도 따라야 하는 일이라 그 기대보다는, 한국 문학을 세계 무대에 알릴 계기가 된다면 그 점이 고맙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금이 작가는 요즘 개정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제껏 출간한 총 50여 권 중 많이 읽히는 책들을 선별해 개고 중이다.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로서의 소명의식 때문이다. 작가는 "30년 전 열 살이 읽은 작품을 지금 열 살도 읽는다"면서 "그때는 미처 몰랐던 차별이나 혐오 표현과 장면을 '예전에 썼으니까' 하고 넘어가기에는 마음에 걸린다"며 개정작업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제대로 개정작업을 하기 위해 3년 전 1인 출판사(밤티)도 차렸다. 내년에는 30주년을 맞는 대표작 '밤티 마을' 시리즈(전 3권)도 개정판을 내고 신작(4권)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 디아스포라 여성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그는 내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관련된 신작을 낼 예정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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