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재활용할 나무들, 연기가 되다
깨끗한 폐목재는 REC 미적용?…'유명무실'
왜곡되는 목재이용시장...재활용 가치 훼손
땅에 심어진 나무는 어떻게 자연으로 돌아갈까. 벌채된 나무들은 제재소로 향하거나 종이, 가구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 제품이 수명을 다하면 나무 쓰레기 '폐목재'가 된다. 폐목재는 주로 건설 현장이나 각종 사업장 등에서 생기는 버려진 가구나 각종 나무자재 등을 가리킨다. 과거엔 폐목재를 생활 쓰레기와 함께 태웠지만 재활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파티클보드(PB)나 우드펠릿을 만들 때 주요 원료로 쓰일 만큼 존재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나무를 태워 발전소를 돌리는 바이오매스 발전량이 크게 늘면서 원목뿐 아니라 폐목재 역시 '땔감'으로 찾는 수요가 늘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중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목재 재활용업계다. 5월 경기 화성시에서 만난 재생칩 제조업체 대표 A씨는 한 달에 2,500톤(t)씩 들어왔던 물량이 지난해 1,700t으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건설현장 등에서 나오는 폐목재를 잘게 부숴 만든 재생칩을 보드 생산업체에 공급한다. t당 가격이 2년 전엔 1만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만8,000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A씨는 6일 "소수 대형 발전사들이 부족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재활용 대상인 깨끗한 폐목재까지 세 배 넘는 가격을 쳐주고 가져가니 영세업체들이 당해낼 수가 없다"며 "이대로라면 소규모 폐목재 재활용업체들은 줄도산하고 말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 평택시에 있는 폐목재 재활용업체 대표 B씨는 원료 수급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달부터 공장 가동을 일주일 중 사흘로 줄였다. 전기요금이라도 줄여보려 작업 시간을 주간에서 야간으로 바꿨다. B씨는 "자원 재활용을 해온 입장에서 순환자원으로 활용한 나무들을 발전소에 태워버리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라며 "대기업이 만든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가중치를 받기 위해 월등한 자본력으로 목재칩을 빨아들이는데 지금 같은 구조가 이어지면 국내 목재 가공업체들은 폐목재를 구하기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폐목재 항목들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정부도 폐목재 재활용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재활용이 가능한 폐목재는 다시 활용될 수 있게 2020년 4월 일부 깨끗한 폐목재에 대해선 REC 발급을 제한했다. 발전소에서 태워지기보다 파티클보드(PB) 등으로 다시 생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건설 현장 등에서 나온 각종 폐목재는 코팅지 부착 여부, 오염 상태 등에 따라 16가지로 분류되는데 이 중 나무 상태가 깨끗한 건축 현장 폐목재나 폐가구류, 폐도장목 등은 REC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목재 재활용 원칙에 따라 REC 적용 대상에서 빠졌던 폐목재 항목들이 실상 현장에선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사업장폐기물 266만1,926t 중 REC 미적용으로 분류되는 폐목재는 26만8,198t(10.1%)에 불과했다. 한국환경공단의 '바이오 SRF 제조에 사용된 폐목재 분류 번호별 반입량'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재활용 가능한 REC 미적용 폐목재 23만6,787t이 발전소 연료인 바이오 고형연료(Bio-srf)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국목재재활용협회 관계자는 "REC 미적용 폐목재는 목재산업계가 쓸 양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는데 실제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재활용돼야 할 목재들이 보드업계로 유입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목재산업계 "재활용 우선 폐목재 대상 늘려달라"
목재 재활용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사정이 해외와 다른 점이 정책 결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대나 사탕수수, 분뇨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에선 대부분 진짜 '나무'만이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만큼 기존 업계를 잠식할 수밖에 없다. ①국내 목재 자원은 한정적인데 ②정부에서 정한 REC 적용 폐목재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③이 때문에 (발전소와 목재사의) 활용 범위가 겹치는 목재들에 대한 수급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이 뛰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목재 재활용업계는 재활용을 우선하기 위해 REC를 적용하지 않는 폐목재 범위를 넓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폐목재를 재활용하는 보드 생산업체 관계자는 "바이오매스 발전소에서 더 높은 가격을 쳐주니 깨끗한 폐목재조차 다른 폐목재와 뒤섞여 발전소로 향하고 있다"며 "충분히 재활용될 수 있는 목재들도 죄다 REC가 적용돼 태워진다"고 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인허가받은 업체에 주는 폐목재고형연료 전소 발전 기준 1.5배 REC 가중치에 일몰제를 도입해달라는 주장도 나온다. 재생칩 생산업체 관계자는 "2019년부터 인허가를 받은 업체와 동일하게 0.25 가중치로 내리거나 일몰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REC 가중치를 줄여나가야 재활용 가능한 폐목재 자원이 에너지업계로 쏠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한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산업부가 책임지고 REC 가중치로 인해 왜곡된 목재 시장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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