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목격 지점에서 차로 18시간이면 도착
바그너 수장 '실종' 하루 넘겨...텔레그램도 잠잠
"아프리카 갔을 것"...은신·도주 등 '설'만 무성
웃는 얼굴로 떠나 연기처럼 사라졌다. 대형 승합차에 탄 채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도시를 떠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24시간이 넘도록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러시아에서 ‘1일 쿠데타’를 벌인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얘기다.
당초 프리고진은 무장반란 이후 러시아 정부와 맺은 합의에 따라, 반란을 접고 체포나 처벌 없이 벨라루스를 향해 떠나기로 했다. 그러나 벨라루스 입국 사실이 확인되기는커녕 아예 소식이 끊겼다. 그의 행방을 두고 여러 가설만 난무하고 있는 이유다.
벨라루스 도착하고도 남았는데... 텔레그램도 '잠잠'
2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전날 오후 11시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지역을 떠난 프리고진이 하루 넘게 종적을 감췄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이 실시간 중계됐던 그의 공식 텔레그램 채널도 이례적으로 잠잠하기만 하다. 전날 오후 8시 30분 바그너 용병들에게 철군을 지시하는 58초 분량의 음성 메시지가 끝이었다.
심지어 프리고진의 벨라루스 입국 여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가장 가까운 국경 지역 ‘고멜’까지는 차량으로 대략 15시간 30분(구글맵 기준 약 1,279㎞ 거리)이 걸린다. 여기서 2시간 30분가량만 더 달리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다. 이미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도 감감무소식이라는 얘기다. CNN은 당국자들을 인용해 “벨라루스도 프리고진의 소재나 (벨라루스) 입국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벨라루스에 은신" "아프리카 갔을 것" 가설만 분분
프리고진의 행방과 관련, 가장 유력한 관측은 일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복을 피해 잠적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 정부가 ‘사면’ 카드를 꺼냈지만, 배신을 용납하지 않는 푸틴 대통령이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알리시아 컨스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정적과 반역자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 온 푸틴이라면 정치적 연명을 위해서라도 프리고진을 죽여서 권력이 건재함을 보이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리고진이 운영하는 출장뷔페 업체 ‘콩코드’도 그의 행방을 묻는 CNN에 “모든 질문은 당사자에게 전달됐다.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라루스에 입국했다 해도 특정 장소에 머무르는 대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닐 공산이 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벨라루스로 망명해도 (러시아 대통령궁인) 크렘린의 위험은 상존한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푸틴의 가장 확실한 동맹이기 때문에 은신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아프리카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바그너그룹은 중앙아프리카 국가의 독재 정권을 비호해 광물 채굴권을 얻는 등 아프리카를 주요 거점으로 삼아 왔다고 영국 BBC방송은 보도했다. 일각에선 프리고진이 이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등에 붙잡힌 상태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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