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동안 뇌 노폐물을 제거하는 ‘글림프 체계(glymphatic system)’가 손상되면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 글림프 체계와 파킨슨병 발병의 연관성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김종민(신경과)ㆍ배윤정(영상의학과)ㆍ윤인영(정신건강의학과)ㆍ송요성(핵의학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이 뇌 글림프 체계가 손상된 렘(rem)수면장애 환자에게서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깊은 수면 중에 뇌에 쌓인 노폐물을 혈관 주위 글림프를 통해 배출해 처리하는 글림프 체계 존재가 밝혀지면서 파킨슨병 발병과 연관성이 의학계 주목을 받았다.
파킨슨병이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병적 단백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글림프 체계 기능이 손상되면 뇌 속 병적 단백질 축적을 부를 수 있다는 예측이었다.
연구팀은 렘수면장애 환자 20명, 파킨슨병 환자 20명, 대조군 20명을 대상으로 DTI(확산텐서영상)를 포함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하고 혈관 주위 뇌 글림프 흐름을 반영하는 주위 공간 확산 지수(ALPS 지수)를 분석·비교했다.
그 결과, ALPS 지수가 대조군에서는 1.72이었던 반면, 렘수면장애 그룹에서는 1.53, 파킨슨병 그룹에서는 1.49로 더 낮게 나타났다.
ALPS 지수는 낮을수록 뇌 글림프 체계가 손상됐음을 의미한다. 렘수면장애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 노폐물 처리 시스템의 손상도가 높은 것이다. 또 ALPS 지수가 낮아질수록 파킨슨병으로 전환될 위험도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윤정 교수는 “파킨슨병의 전구(前驅) 질환으로 알려진 렘수면장애 환자 중 뇌 글림프 체계가 손상된 환자들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파킨슨병이라는 퇴행성 뇌 질환에 뇌 글림프 체계의 손상이 실질적 기여를 한다는 점을 입증해 의미 있다”고 했다.
김종민 교수는 “조영제 주입과 같은 침습적인 절차 없이 비침습적인 MRI만으로 실제 뇌 글림프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 임상적 의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렘수면장애 환자들의 파킨슨병 발병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상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Radiology’ 최신 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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