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둘째 날도 첫날처럼 구름 인파
'오픈런' 불사하는 고객 대부분 2030
추억·향수 떠올리고, 공유하는 문화
“작년 여름 말레이시아에서 먹었던 그 맛이 그리워서 왔어요.”
대학생 안성태(22)씨가 말레이시아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려고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다. 27일 오전 10시 신논현역과 강남역 사이 '파이브가이즈' 국내 1호점(강남점) 앞에 늘어선 긴 줄의 맨 앞에, 안씨가 서 있었다.
그는 '오늘은 꼭 먹겠다'는 일념으로 밤 12시부터 줄을 섰다고 한다. 오전 5시 40분부터 배부된 번호표 '1번'을 받아 든 그는 근처 PC방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줄을 서러 나왔다고 한다. 밤샘 오픈런 탓에 눈은 퀭했지만, '바로 그 맛'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웃고 있었다. "밤을 새우며 11시간을 기다렸지만 햄버거를 가장 먼저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
구름인파 대부분 2030세대
이날은 파이브가이즈의 개장 둘째 날. 첫날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 약 700명이 한꺼번에 몰린 데 이어, 이튿날에도 매장 개점 시간인 오전 11시까지 번호표를 뽑은 사람이 280명에 달했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대표해 '팀' 형식으로 번호표를 받는 점을 고려하면, 방문객 수는 번호표 기계가 없었던 전날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부터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자 대기 고객들이 쓴 붉은 양산(업체 제공) 행렬이 옆 건물까지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 대다수는 2030세대였다. 직장인들은 아침에 대기 순번을 받아 놓고 인근 직장으로 출근했다가 개점 시간에 맞춰 돌아오겠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고, 시간 여유가 있는 대학생들은 번호표를 받은 뒤 근처 커피숍이나 PC방에서 호출을 기다렸다.
'맛'뿐 아니라 '경험'을 산다
왜 이들은 햄버거 하나를 먹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기다리며 ‘10시간 오픈런’을 불사하는 걸까. 미국 본토의 맛을 구현했다는 입소문도 작용했겠지만, 외국에서 느낀 추억을 되새기고 여행의 향수를 공유하려는 젊은이들의 문화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오전 6시에 번호표 2번을 받은 김혜은(21)씨는 “파이브가이즈 국내 개장 소식을 들으니 작년 8월 싱가포르 여행 때 먹은 햄버거가 생각났다”며 “덩달아 그때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놀았던 즐거운 기억까지 함께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다”고 웃었다. 오전 8시부터 매장 앞을 지킨 서아령(29)씨도 “2년 전 파리에서 맛본 파이브가이즈 햄버거가 눈에 선하다”며 “남자친구에게도 이 맛을 알려주고 싶어 두 개를 살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인앤아웃(팝업스토어), 2016년 쉐이크쉑이 각각 국내에 문을 열었을 때 구름 인파가 몰린 사례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해외여행이 익숙한 세대”라며 “파이브가이즈를 통해 과거 여행의 기분을 재현하려는 욕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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