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쇼크가 온다: 2-⑥ 연금의 재구성]
OECD 회원국 3분의 2 자동안정장치 도입
투명성 높고 소모적 논쟁 줄이는 효과
편집자주
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한 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 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 년. 기성세대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인구는 급속히 줄고 연금 수급자는 늘어 연금 재정이 흔들리는 것은 한국만의 위기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다만 주요 선진국들은 급여 적정성과 재정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운용하는 게 우리와는 다른 점이다.
28일 국회입법조사처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말 수행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한 공적연금 제도 개혁 방안 모색' 연구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021년 기준 스웨덴 호주 캐나다 핀란드 일본 독일 등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운용한다. 미도입 국가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14개다.
스웨덴이 1999년 처음 도입한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 경제지표, 재정수지 변화 등에 따라 연금제도의 모수(母數)가 자동으로 조정되게 설정한 규칙을 뜻한다. 각 변수들의 장기적인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도 당장의 변화가 연금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계산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경기침체 시기에 급여 수준이 지나치게 하락할 우려 등이 있음에도 OECD 회원국의 약 3분의 2가 이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은 효용이 단점을 상쇄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달 말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역 연금 전문가 회의에서도 OECD 사무국은 주요 회원국들이 도입한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논의했다.
국가별로 조정의 강도, 시기, 절차 등에는 차이가 있지만 자동조정장치는 정권 성격에 따른 임의 개혁보다 규칙적이고 투명하면서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반복적인 연금개혁 논의로 인해 소모되는 정치·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부각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진 적이 없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 단위 재정계산위원회가 처음 가동된 2003년 일부 위원들이 도입 검토를 건의했지만 '차후 논의'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2차 재정계산 때는 직전연도의 연금 개혁을 감안해 다시 다음 차수로 넘겼고 이후 흐지부지됐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야말로 가급적 빨리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필요한데 국회와 정부 어디서도 언급조차 안 하고 있다"며 "외국처럼 강하게 할 수는 없어도 방향성 정도는 제시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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