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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카르텔' 사정 정국에 납작 엎드린 입시학원가… 속내는 불만·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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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카르텔' 사정 정국에 납작 엎드린 입시학원가… 속내는 불만·냉소

입력
2023.06.30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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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이어 공정위도 압박
업체들 "누가 타깃 될지 몰라" 불안
"카르텔? 앞뒤 안 맞다" 불만도

28일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교육 본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28일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교육 본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사교육 카르텔' 사정(司正) 정국에 입시학원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킬러문항'을 수능 출제 체제와 사교육 업체의 유착 고리로 지목한 이후 국세청의 전격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예고가 학원가에 들이닥치자 업계는 자세를 낮추고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입장을 물어도 "지금은 뭐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카르텔'로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불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은 요원하다는 냉소도 감지된다.

대형 입시학원 A사 관계자는 2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몇 년에 한 번씩 받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특별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다 보니 일단 겁부터 난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전날 국세청이 메가스터디, 종로학원, 유웨이, 시대인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현금 결제가 타깃이라는 관측 속에 다른 학원들로 조사가 확대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학원에 있는 자판기에서도 카드를 쓰는 시대에 매출을 누락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세무조사에는 다른 배경이 있어 보인다"는 추측을 내놨다.

평소라면 방학 특강 준비, 9월 대입 수시 전형을 앞둔 입시설명회 등으로 학원가가 분주할 때이지만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입시설명회 개최는 언감생심, 입시 관련 보도자료를 내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A사 관계자는 "업계에선 '영업 활동 자체를 하지 말라는 거 아니냐'는 푸념이 나올 정도"라며 "곧 있으면 수시 원서 접수 철이라 설명회도 하고 상담도 해야 하는데 그런 정상적 활동마저 나쁜 일로 매도당하지 않을까 해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킬러문항'을 입에 올린 터라, 홍보물이나 수업 자료에서 '킬러' 표현을 빼느라 소동도 벌어지고 있다. 입시업체 B사 관계자는 "과거 어떤 정부도 (입시학원 문제에)이렇게 광범위하게 대응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우리도 알아서 교재나 인터넷 강의에 '킬러'가 들어간 게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단속 수위가 더 높아질까봐 우려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마침 이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사교육 시장이 거짓·과장 광고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증폭하고 있다"며 조치를 예고한 상황. B사 관계자는 "사교육 카르텔이란 말은 결국 입시학원계를 (검찰)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얘기 아니냐"는 걱정을 털어놨다. 카르텔에 실체가 있느냐고 반문도 했다. "우리가 EBS 교재에 나온 자료를 문제집에 실었는데 그게 수능에 나왔다고 치자. 이런 경우도 우리와 (수능)출제위원이 카르텔을 맺은 거냐.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학생과 학부모 불안을 가중시키는 건 오히려 정부라는 주장도 나온다. 유대영 착한입시상담소 대표는 "사교육 카르텔을 문제 삼은 건 결국 수능이 사교육에 맞게 출제됐다는 걸 자인한 것"이라며 "공교육과 (평가원과 같은)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걸 인정한 꼴이라, 정부 의도와 반대로 '사교육이 정말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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