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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청년의 '농사 독립'... "농지 지원 사업 도움이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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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청년의 '농사 독립'... "농지 지원 사업 도움이 컸죠"

입력
2023.06.30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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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청년농 현장간담회 가 보니
농지은행 임대, 선임대후매도 호평
타작물 판로 확보 조언도

29일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열린 '청년농업인 현장간담회'에서 차정환씨가 농지지원 사업의 개선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29일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열린 '청년농업인 현장간담회'에서 차정환씨가 농지지원 사업의 개선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농지는 어떻게 구할지, 작물을 생산해 이익을 남길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막막했죠.”

3년 전만 해도 ‘맨땅에 헤딩해도 될까’ 의구심을 가졌던 차정환(26)씨는 현재 전북 김제에서 약 4만3,000㎡ 땅에 벼·콩·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사실상 빈손이었던 그가 짧은 시간에 농지를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건 청년농업인에 대한 농지 지원 사업 덕분이다. “부모가 농사짓는 이들은 귀농 결정을 내리거나, 농촌에 적응하는 게 한결 쉬워요. 저는 그렇지 않아 과연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죠. 일터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씨가 확보한 경작지 중 그의 명의로 된 땅은 3,000㎡ 안팎. 나머지는 모두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에서 시행하는 임대사업을 통해 얻었다. 공사 소유 땅을 빌리거나(비축임대), 농사짓기 힘든 고령 농업인의 땅을 공사 중계로 확보(수탁임대)한 것이다. 차씨는 “비축임대 농지에 벼 이외 작물을 심은 청년농업인에겐 임대료의 80%를 감면해 줘 생산 비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대 버섯학과를 졸업(2021년)한 그는 내년 중 본인 소유 논에 표고버섯 재배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차씨는 “농지은행 임대사업으로 경작지를 계속 늘리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표고버섯 농장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전북 부안에서 콩·팥·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홍민재(24)씨도 올해 농지를 약 1만 ㎡ 늘렸다. 농지 임대 지원 사업을 통해서다.

“농지가 넓을수록 단위면적당 비용이 적게 들어 경제적이거든요. 올해 처음 시행한 농지 선임대후매도 제도를 이용해 현재(2만6,000㎡)보다 더 확대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어요. 앞으로 30년간 나눠 갚으면 아무래도 부담이 적잖아요.” 농지 선임대후매도 제도는 농지은행의 농지 임대기간(최대 30년)에 임차료·원리금을 다 낸 청년농업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제도다.

농지가 없어 농업에 뛰어들지 못했던 청년 대상 농지 지원 사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9일 전북 김제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열린 ‘청년농업인 현장간담회’에서도 해당 사업이 농지 확보 장벽을 허물어 수월하게 농촌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충남 예산에서 벼와 콩 농사를 짓는 조우진씨는 “타지 사람이 농지를 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비축농지 임대로 영농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 농업을 원활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농지은행이 연초부터 6월까지 임대 지원한 농지는 약 2,177만 ㎡(청년농업인 3,721명 대상)에 달한다.

전북 정읍에서 온 김혜지씨는 “농사짓는 부모로부터 ‘농사 독립’을 하고 싶었는데 농지 선임대후매도 제도를 통해 올해 4필지를 받아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달까지 김씨를 포함한 청년농업인 43명이 해당 제도를 통해 농지 18만8,000㎡를 매입했다. 연간 계획물량(20만 ㎡)의 94%를 상반기에 분양하면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정부는 농지 매입자금이 부족한 청년농업인에 대한 농지매매 지원금도 올해부터 ㎡당 2만5,400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65% 인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청년농업인들은 여러 개선 방안도 건의했다. 조씨는 “비축임대 사업을 통해 벼 이외 작물 재배를 장려하지만 정작 판로가 확실치 않아 불안한 점이 있다”며 “판로가 확보된다면 타작물 재배 규모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호씨는 “임대한 땅은 주로 벼를 재배하던 곳이라 배수 문제 등으로 타작물을 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전남 장성에서 잔디를 재배하는 최재중씨는 “한국자산공사도 온라인 입찰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농지 임대를 하는데 농지은행으로 일원화하면 농지 공급 효율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 농부들 조언에 대해 강경학 한국농어촌공사 부사장은 “더 많은 청년이 정착할 수 있도록 농지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현장 목소리를 검토해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제=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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