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월 국세, 전년보다 36.4조 감소
경기·부동산 위축, 법인·소득세 타격
SOC 등 재량지출 사업, 차질 불가피
소득세, 법인세 등 국세가 올해 들어 5월까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6조 원 이상 덜 걷혔다. 연초부터 불어나던 '세수 펑크'가 일단 제동 걸리긴 했지만, 이 속도대로라면 세금은 정부 예측보다 41조 원 모자란다. 경기가 반등해 하반기에 세금을 더 확보하고, 기금 여유 재원을 총동원해도 세수 결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5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1~5월 국세수입은 160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조4,000억 원이 적다. 만약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딱 지난해만큼 세금을 얻으면 연간 국세수입은 359조5,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추계한 국세수입보다 41조 원 작은 규모다.
정부 전망치와 비교해 국세가 얼마나 걷혔는지 보여주는 진도율은 5월까지 40.5%로 집계됐다. 정부가 관련 수치를 갖고 있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장 세금 호황이었던 지난해(49.7%)는 물론 최근 5년 평균(47.5%)에도 크게 못 미친다.
세수를 흔드는 세목은 법인세와 소득세다. 1~5월 법인세 수입은 43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7조3,000억 원 감소했다. 기업이 실적 악화로 작년만큼 법인세를 낼 형편이 못 되기 때문이다. 소득세 역시 51조2,000억 원으로 9조6,000억 원 줄었다. 부동산 거래 축소로 양도소득세가 8조9,000억 원 감소한 여파다.
5월만 놓고 보면 국세수입은 26조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조5,000억 원 감소했다. 전년 대비 세수 감소폭이 9조9,000억 원까지 뛴 4월과 비교하면 세수 구멍은 조금씩 메워지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 위축이 4월에 상당 부분 반영돼 최악은 지나갔다는 기류다. 최진규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6, 7월 국세수입은 5월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양도세 등 자산 시장 세수가 여전히 좋지 않으나 세수 감소폭이 더 커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세수 펑크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이를 메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 역시 국세수입 전망을 끌어내리는 재추계 작업에 착수하는 등 세수 감소를 받아들이고 있다. 경기 반등에 따른 부가가치세 회복, 8월 말 유류세 인하 종료 가능성 등은 국세수입을 늘릴 긍정적 요인이지만 미미하다. 정부는 세수 부족을 만회할 '한 방'인 국채 발행에 대해선 국가채무 증가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문제는 세금 부족으로 정부 예산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점이다. 수입이 적으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불필요한 예산 사업은 구조조정하고, 각종 기금 등 여유재원 활용을 통해 예산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쉽지 않은 여건이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가 감소하면 지출을 제약하게 된다"며 "복지 등 의무지출보다 연구개발(R&D),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같은 재량지출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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