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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인종 우대하는 대입정책은 위헌"...'발칵' 뒤집어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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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인종 우대하는 대입정책은 위헌"...'발칵' 뒤집어진 미국

입력
2023.06.30 16:58
수정
2023.06.30 17: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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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결정
60년 이어온 흑인·히스패닉 대입 우대 폐기
정치권 공방 확산...2024년 대선 파장 주목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학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29일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학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29일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흑인·히스패닉(라틴계) 소수인종 차별 시정을 위한 미국의 대학 입학 우대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1961년 첫 시행 이후 62년 만이다. 교육의 다양성 보장과 불평등 완화보다는 ‘선의에서 비롯된 차별도 차별’이라는 보수 진영의 논리가 힘을 얻은 결과다. 대입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과 소수자·인종차별 공방으로 미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대법 "인종 아닌 개인으로 평가" 논리 우세

미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이라는 단체가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한 소수인종 우대 정책 관련 헌법소원에서 각각 6 대 3, 6 대 2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전체 대법관 9명 중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모두 위헌 쪽에 선 결과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학생은 인종이 아닌 개인으로서 경험에 근거해 평가돼야 한다”며 “많은 대학이 너무 오랫동안 그 반대로 (대입 정책을) 행해왔고 이에 따라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도전, 교훈, 기술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라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을 낸 히스패닉계 여성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대법원이 교육에 있어 인종 불평등을 더욱 공고히 해 민주주의 정부와 다원주의 사회의 근간인 평등 보호에 대한 헌법적 보장을 뒤집고 있다”며 “평등을 위해서는 불평등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들. 워싱턴=AP 연합뉴스


1960년대 시작된 인종차별 완화 정책 폐지

흑인 민권운동이 활발했던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 근거가 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1965년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정부 기관은 지원자의 인종, 신념, 피부색,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고용되도록 적극적인(affirmative)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원칙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고용 부문 차별 금지 조치에 이어 대학의 소수인종 대입 가산점 제도가 실시됐다. 인종차별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키가 작은 사람들에게 더 높은 발판을 주는 식의 ‘긍정적 차별’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 정책이 백인이나 성적이 우수한 아시아계를 역차별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SFA는 2014년부터 공립 노스캐롤라이나대와 사립 하버드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선 대학 측 손을 들어줘 소수인종 우대 정책이 유지됐지만 보수 우위 대법원은 달랐다. 1978년, 2003년, 2016년 어퍼머티브 액션 관련 헌법소원에서 "입학 사정 과정에서 인종을 여러 요인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던 대법원은 보수 우위 구도의 위력을 발휘해 60여 년간 이어졌던 대입 원칙을 뒤집었다. 미국은 1996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9개 주에서 공립대의 인종에 따른 입학 우대 정책을 금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연방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 입학 위헌 결정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연방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 입학 위헌 결정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낙태 금지 판결 이어 대선판 이슈 부상

이번 판결로 미국 사회와 정치권은 극렬한 대립을 드러냈다. 2024년 대선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오늘 결정은 이런 명백한 사실을 바꾸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에 대학 구성원의 포용성과 다양성 확대에 도움이 될 정책 분석을 지시했다. 각 대학에는 대법원 판결에 위배되지 않으면서도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대학의 동문 자녀 우대 제도는 “기회가 아닌 특권을 확대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하버드대 출신의 흑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두고 “모든 정책과 마찬가지로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세대에서 나와 (아내) 미셸 같은 학생들이 우리도 (대학에) 속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했다”라고 옹호했다.

반면 공화당은 대법원 결정에 환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위해 훌륭한 날”이라며 “우리는 완전히 능력에 기반을 둔 제도로 돌아가는 것이고 이는 옳은 길”이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도 “이제 학생들은 동등한 기준과 개인의 성취를 바탕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대학 입학 절차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법 아래 평등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임신중지(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데 이어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불평등·차별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당시 임신중지권 금지 판결에 분노한 여성 유권자가 결집해 민주당 선전을 이끌었던 반전이 재연될지 관심이다. 이번 판결의 최대 피해자인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가 분노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소수인종 우대 정책은 임신중지권 폐기보다는 찬반 대립이 선명하지 않아서 정치적 파장은 그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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