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변호사 3만 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지난 회에서 자녀들의 재산다툼으로 인해 법원에서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받으면서 의사에게 정신감정을 받게 된 만춘씨와 영옥씨의 사례를 다뤘다. 혹시 치매증상이 있다면 열심히 치료 및 관리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매 초기에 후견제도, 특히 '임의후견' 제도에 대해 미리 검토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성년후견제도는 자녀들이 있고, 상당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경희(81)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다.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이다. 젊은 시절 남편과 이혼했고, 자녀 두 명이 있었지만 먼저 세상을 떠났다. 주 3회 요양보호사가 방문해서 생활을 돌봐주고 있다. 경희씨는 치매 진단을 받았음에도 본인은 치매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치매 관련 투약을 거부했고, 현재는 중증치매 단계이다.
문제는 경희씨가 기초연금, 생계수당 등 수급비가 들어오는 통장을 관리하면서 월세와 공과금을 내거나, 병원을 방문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인지능력이 점점 흐려져 간다는 것이다. 월세와 공과금은 벌써 몇 달째 연체되었고, 혼자 버스를 타고 병원을 가보지만 내려야 할 정류장을 찾지 못해 헤매다 결국 밤늦은 시간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가 일쑤였다. 건강보조식품 방문판매원에게 사기를 당해 몇 년 동안 장판 밑에 모아둔 현금으로 터무니없이 비싼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했는데 반품하는 방법을 몰라 집에 방치되어 있고, 이제는 돈이 없다는 생각에 매 순간 불안해했다. 임대주택 재계약도 해야 하는데 걱정이었다.
경희씨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주민센터에 연락했고, 주민센터에서는 검토 후 '치매안심센터'에 연락해서 '치매 공공후견' 서비스를 신청했다. 다행히 경희씨는 지원대상에 선정되었고, 법원의 후견심판 결정을 통해 공공 후견인이 선임되었다. 후견인은 법원에서 권한을 부여받아 경희씨의 수급비 통장에서 월세, 공과금이 자동이체되도록 설정했고, 병원에 같이 방문해서 진료를 받도록 했으며, 경희씨를 설득해서 치매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사기당한 건강보조식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보호센터에 상담신청을 했고, 임대주택 재계약 시점이 도래하면 재계약 체결도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후견인의 사무처리에 대해서는 치매안심센터가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경희씨는 좋은 요양보호사를 만나 안전한 일상을 되찾아 다행이지만, 요양보호사가 수급비를 갈취하거나 지인이 수급비 통장의 관리를 위임받았다고 주장하며 사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치매의 정도가 심해 주위 이웃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후견인의 개입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치매는 노인이면 당연히 겪는 노화현상이 아니라, 뇌 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퇴행성 질환이므로, 조기에 검진하여 예방하고 꾸준히 진료하면 질환의 진행속도나 증상을 늦출 수 있다. 그럼에도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거부감으로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는 2011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치매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의사결정능력이 취약한 치매환자가 자력으로 후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후견인의 선임 및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 2018년부터 치매공공후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치매관리법' 제·개정 이유 중).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2025년에는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6%에 도달,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통계청). 치매환자도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어 2030년에는 13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중앙치매센터). 치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 시급하고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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