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인종 우대정책, 아시아계 ‘역차별’
위헌 결정으로 “입학문 넓어져” 기대
반면 “아시안 아닌 백인 혜택” 우려도
“오늘 결정으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서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학 시 차별 시정을 위한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위헌 결정을 내린 29일(현지시간) 소송을 이끈 단체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의 회원 캘빈 양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아시아계에 대한 역차별이 사라지고 “아메리칸 드림의 원칙이 부활"하게 될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아시아계는 왜 ‘소수인종’ 우대를 반대했나
대법원 결정은 SFA가 2014년 아시아계 지원자들이 차별을 받았다며 공립 노스캐롤라이나대와 사립 하버드대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비슷한 자격을 갖춘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지원자보다 아시아계의 입학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입학 서류가 비슷해도 아시아계가 대학에 합격할 확률은 25%이지만 △백인이라면 35%, △중남미계라면 75%, △흑인이라면 95%라는 것이다.
특히 하버드대는 ‘긍정적인 성격’, ‘용기’ 등 모호한 개인적 특성 평가 점수를 적용해 소수인종 중에서도 소수인 아시아계를 의도적으로 차별했다고 SFA는 주장했다. 하버드대에서 떨어지고 SFA에 합류한 중국계 양은 “대학 지원서에서 ‘덜 아시아인’으로 보이도록 노력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적극적인 차별 조치는 불법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하라는 미국 여론은 60% 안팎으로 우세한 상황이다. 이미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미시간 등 9개 주에서는 공립대 입학 과정에서 인종을 고려하지 않는다.
역차별 없어질 것? “백인만 혜택 볼 수도”
이번 결정으로 내신과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점수 등 정량평가에서 유리한 아시아계의 미국 명문대 입학 문턱이 낮아지리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캘리포니아 등에서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대학 진학률은 떨어졌지만, 아시아계의 진학률엔 큰 타격이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혜택이 백인에게 쏠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2017년 매사추세츠 법원에 제출된 전문가 보고서에서 인종에 대한 고려 없이 입학 심사를 하면 하버드대의 백인 학생 비율은 40%에서 48%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에서 27%로 늘어나는 아시아계보다 증가 폭이 두 배 이상 높았다. 노스웨스턴대의 앨빈 틸러리 교수는 “(동문 자녀 등을 우대하는) 제도가 있는 이상 이번 판결은 백인을 위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타임지에 말했다. 차별 시정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학들이 백인을 더 노골적으로 우대할 것이란 얘기다.
판결 놓고 갈라진 아시아계 커뮤니티
미국 내 아시아계 단체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아시아계 미국인 교육연맹의 마이크 자오는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2등 시민’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CNN방송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AAPI) 인권 단체 대표 스튜어트 콰는 “소수인종 우대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은 우리를 (백인을 위한 정책에) 동원하려는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외된 아시아·태평양계 학생이 겪는 교육적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시아계 안에서도 국가별로 대학 진학률에는 큰 차이가 있다. 2021년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계는 진학률이 75%였지만, 부탄과 라오스는 각각 15%와 18%에 그쳤다.
진보성향의 아시아계 인권단체 AAPI 빅토리 얼라이언스의 텅 응우옌은 성명을 통해 “아시아계가 백인우월주의에 맞서는 (다른 소수인종과 ) 연대를 포기하면서 아시안 증오가 만연한 (백인 위주의) 엘리트 세계로 들어가는 ‘입학 통지서’를 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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