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통과
의료기관→심평원→시·읍·면 순 출생정보 통보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법안(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출생 미신고 영유아의 안전을 확보할 중요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출생신고를 피하려는 임신부의 '병원 밖 출산' 증가 우려가 있어 보호출산제 등 보완적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임신·출산 과정 전반에 걸친 지원책이 따라야 출생 미신고 아동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모가 꺼려도 자동 출생신고
이번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 의료인은 태어난 아동의 출생정보를 산모의 진료기록부에 기재해야 한다. 의료기관장은 해당 정보를 아동 출생일로부터 14일 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은 이를 산모 주소지가 있는 지자체장(시·읍·면장)에게 곧바로 통보한다.
지자체장은 아동이 출생 후 1개월 안에 출생신고 됐는지를 확인하고, 미신고 상태라면 신고의무자(부모)에게 7일 안에 신고하라고 통지해야 한다. 이 기간에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거나 부모를 특정할 수 없다면 지자체장이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병원에서 태어났다면 출생신고가 담보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산모나 생부가 아이를 낳은 사실을 숨기려 할 유인이 있어도, 병원→심평원→지자체장을 통해 출생 사실과 신생아 정보가 자동 전달되기 때문이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법 입양이나 수원 영아 살해와 같은 사건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출생통보제 법안이 2008년 처음 발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화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간 의료계는 행정적 부담이 늘어난다며 제도에 부정적이었고, 정치권은 이를 핑계로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심평원에 지자체 통보 의무를 부여한 이번 법안에서 보듯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노 교수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정부와 국회가) 그간 기본적인 국가의 의무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 밖 출산 방지 등 보완책 필요
출생통보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반작용 중 하나인 '병원 밖 출산' 문제의 경우 임산부가 신원 노출 없이 아이를 낳아 지자체에 인도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가 유력하게 꼽힌다. 다만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아동이 친부모가 누군지 알 권리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도입을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가 도입 의사를 밝힌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도 필수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감사원이 이번에 출생 미신고 아동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아동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는 '위기 임산부'에 대한 전향적 지원이 따라야 출생통보제가 효과를 낼 거란 지적이 나온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통합적 지원책이 없다면 임신 사실을 숨기거나 병원 밖에서 출산해 아동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 차원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은 임산부를 상담하고 정부 지원책을 안내하는 기관을 운영하는 독일이 벤치마킹 사례로 꼽힌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논의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산모가 임신 10개월 동안 어떻게 출산과 양육을 준비하도록 도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나홀로 출산하는 위기 임산부에 대한 지원과 모성보호정책을 마련하고, 최후의 보루로 보호출산제까지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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