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탄 시위 사흘 째...길거리 폭죽·방화·상점 약탈
총리 "질서 위해 전 방안 검토...비상사태 선포도"
파리 외곽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공공건물 훼손과 방화, 가게 약탈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은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시위에 불을 붙인 건 17세 소년 ‘나엘’의 죽음이다. 그는 27일 아침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에 나선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 측은 ‘운전자가 차를 몰고 달아나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내 정차한 차량 앞에 선 경찰관이 운전석에 총을 겨누며 “네 머리에 쏘겠다”고 말하는 영상이 풀려 거짓으로 드러났다. 해당 경찰관은 살인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격분한 프랑스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며 시위는 사흘 째 이어지고 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폭력으로 물든 전날 밤 프랑스 전역에서 667명을 체포했으며, 경찰 249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는 글을 올렸다.
AFP는 시위가 더 격화되며 폭력 사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부 포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서를 향해 화염병을 던졌고, 북부 릴에서는 초등학교와 구청이 불에 탔다. 약탈도 이어졌다. 파리 샤틀레레알의 대형 쇼핑센터에선 누군가 나이키 매장에 침입해 물건을 훔쳐 갔고, 리볼리 상점가에서도 여러 매장의 창문이 부서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파리 북부 오베르빌리에의 버스 차고지에서도 버스 10여 대가 불에 타 거의 전소됐고, 이에 파리를 통하는 대중교통 운영에 일부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프랑스 전역에 경찰과 군경 등 4만 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특히 시위가 촉발된 수도권에서는 오후 9시부터 버스, 트램 등 대중 교통 운행을 일부 중단했다. 야간 통행금지 조처가 내려진 도시들도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 대책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조기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경찰의 총격에 대해 변명이 불가한 사건이라고 보면서도 “이로 인한 폭력 시위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도 전날 밤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에브리 쿠르쿠론 경찰서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른 총리는 “국민 화합을 보장하기 위해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며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검토할 것”이라 답해 우파가 요구하는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도 열어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