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사용 불허로 첫 도로 개최
부스행사, 환영무대, 도심행진 이어져
인근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도 열려
“축제가 광장에서 안 열려도 성(性)소수자들이 너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지나다니는 걸 보기만 해도 해방감을 느껴요”
얼굴에 무지개 페인팅을 한 채 ‘2023 제24회 서울퀴어퍼레이드’(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30대 이모씨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성소수자라고 밝힌 이씨는 이곳에 와 숨통이 트인다고 말하며 참가자들이 오늘 하루를 만끽하길 바랐다.
서울시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로 장소를 옮긴 퀴어퍼레이드가 1일 을지로 일대에서 개최됐다. 퀴어 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인 2020, 2021년을 제외하고 2015년도부터 매년 서울 광장에서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서울시가 같은 날짜로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한 기독교 단체의 청소년 관련 행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8년 만에 처음으로 광장이 아닌 곳에서 퍼레이드가 열렸다.
부스행사, 도심행진...축제 분위기 한껏
을지로 일대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펼쳐진 퀴어 축제에 참가자들은 오전부터 부스행사에 참여하며 축제 분위기를 누렸다. 머리띠, 타투스티커 등을 판매하는 공식 기념품 부스를 포함해 약 60개의 부스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즉석사진을 찍는 '무지개네컷' 부스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서울 한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갔음에도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부채로 더위를 식히며 퍼레이드를 즐겼다.
퍼레이드에 참여한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았다. 2017년도부터 매년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한 이모씨는 이번에는 처음으로 4세 딸과 함께 축제에 방문했다. 그는 “아이가 주변에서 혐오 발언을 들을까봐 부담스럽기도 했다”며 “나중엔 퀴어 축제가 굳이 안 열려도 될 정도로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처음 퀴어축제에 방문한 임모(24)씨는 “이번엔 도로에서 개최돼 공간이 조금 협소하다고 느꼈다”며 “그렇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재밌게 즐겨 앞으로도 계속 축제에 참가할 것 같다”고 밝혔다.
오후 2시부터는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공연과 연대 발언 무대가 펼쳐졌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비롯한 각국 대사들의 축전 영상들이 상영됐다. 이후 명동을 지나 종각역 방향으로 한 바퀴를 도는 도심 행진이 이어졌다. 행진 중 반(反)동성애 구호를 외치며 난입한 남성이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퀴어 축제 반대 집회도 맞불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집회도 인근에서 열렸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는 오후 1시부터 서울시의회 앞에서 '2023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를 열었다. 퀴어 축제가 열리는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도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든 1인 시위가 여기저기서 펼쳐졌다. 다만 퀴어축제 참가자와 반대 집회 참가자 간의 큰 충돌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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