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준수 기초지자체 달랑 3개
조례 있어도 내용 제각각에 독소조항도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시행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조례조차 제정하지 않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6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조례를 제대로 갖춘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 "공공이 앞장서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갑질 근절 시행 5년...근거 조례조차 없는 지자체 143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26개 기초지자체의 갑질 근절 관련 조례를 전수조사한 결과, 143개 지자체는 조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지자체별로 편차도 커서 강원도 18개 시·군은단 한 곳도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반면 대전은 5개 기초지자체에 모두 조례가 있었다.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전인 2018년 7월 공공부문 먼저 종합대책을 수립했고, 2019년에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갑질을 근절해 민간의 변화를 이끈다는 취지였는데, 지자체들은 5년간 법적 근거인 조례 제정부터 미적거린 것이다.
조례를 만들었지만 내용이 부실한 곳도 적지 않았다. 정부 종합대책과 가이드라인은 △주기적인 실태조사 △연 1회 이상 예방교육 △갑질 근절 전담직원 지정 등을 명시했는데, 이를 모두 조례에 담아낸 지자체는 경기 광주시, 전남 신안군·여수시뿐이었다. 조례를 만들었어도 12개 지자체는 예방 및 근절 계획이 없거나 미흡했고, 67개 지자제는 실태조사 근거가 없거나 부족했다. 신고·상담기관 마련 조항이 없거나 미흡한 지자체도 45곳이었다.
조례 적용 대상을 소속 공무원으로 한정해 공공기관에서 일하더라도 피해 구제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산하기관, 투자·출연·출자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인력'까지 아우른 지자체는 25곳(30.1%)이었고, 27곳(32.5%)의 조례는 소속 공무원에게만 협소하게 적용된다. 공공기관 내 카페 직원 A씨는 직장갑질119에 "카페 관리를 하는 공무원이 '능력이 없냐' '너 같은 애를 왜 데리고 일하냐'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30분 일찍 와라' 등 막말과 부당 대우가 심각하다"면서 "신고하고 싶은데 조례 적용이 안 되고 사업장 자체도 5인 미만이라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조례에 허위신고, 익명 신고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명시한 지자체가 53곳(63.9%)인데, 폐쇄적 공직사회에서 이는 독소조항일 수밖에 없다"면서 "행정안전부는 강력한 지도·단속을 하고, 지자체장들은 하루속히 조례를 제·개정해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조항 이상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이번 조사로 공공부문 갑질 종합대책 사각지대는 기초지자체인 것이 확인됐다"며 "차별 없이 존중하는 공직사회를 위해 정부는 갑질 종합대책 5년간의 현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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