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반란으로 러시아 약점 탄로"
우크라 극비 방문 "미 지원 계속" 확인
러, 우크라 동부 포격... 최소 3명 사망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최근 러시아에서 발생한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사태가 촉발한 혼란을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대(對)러시아' 스파이 확보의 기회"라고 표현했다. 예상보다도 훨씬 더 러시아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이 향후 미국의 정보전 역량에 미칠 평가와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CIA 국장 "전쟁 불만, 러시아 리더십 갉아먹어"
1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이날 영국 디츨리재단 강연에서 "전쟁에 대한 불만은 러시아의 리더십을 지속해 갉아먹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불만은 CIA의 핵심인 휴민트(HUMINT·정보원을 통한 정보 수집) 서비스에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기회'를 마련해 줬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반대하는 내부 세력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번스 국장은 실제로 대(對)러시아 스파이 확보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검열을 피해 CIA에 접촉하는 방법이 공지돼 있고, 이 내용은 공개 첫 주 조회수 250만 회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CIA의 대러 정보원 모집 작업이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미 언론 보도를 확인한 셈이다.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주도한 무장반란이 앞으로 러시아에 큰 후폭풍을 낳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번스 국장은 "푸틴의 전쟁이 러시아에 미친 부식 효과가 생생히 드러났다"며 "러시아의 군사적 약점이 탄로 났고, 러시아 경제도 향후 수년간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우크라에 백린탄 제공도 논의 중"
번스 국장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극비 방문해 미국의 전쟁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번스 국장이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WP는 그의 방문 시점에 대해 "프리고진의 반란 직전"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추가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날 "미국이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식을 이르면 이달 초에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집속탄은 폭발 시 포탄 안에 집약된 다수의 탄약이 주변에 난사되는 무차별 살상무기다. 그동안 대량살상 논란 때문에 지원을 망설여 왔으나, 최근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본격화하는 점 등에 비춰 전세를 뒤집을 '결정적 순간'이 도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110개국이 유엔의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 비준 방식으로 사용을 통제하고 있지만, 미국은 CCM 비준국이 아니다.
젤렌스키 "F-16 훈련 지연된다" 불만도 표해
우크라이나 측은 번스 국장을 만나 "올가을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영토를 수복한 뒤, 러시아와 평화협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종전 협상을 자신들의 구상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서방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의 F-16 전투기 비행 훈련 일정을 지연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내부 혼란에 휩싸인 러시아군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세르히이우카 마을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민간인 3명이 숨졌고, 남부 헤르손주와 북동부 하르키우주에서도 최소 7명이 부상했다. 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겨냥해서도 야간 드론 및 미사일 공습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바그너 용병들의 합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부 전선의 전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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