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낙엽 많은 산 선호하는 탓
국립공단 "익충…방제 계획 없다"
중국 남부·오키나와 서식하던 종
2년 연속 출몰 국내 정착 가능성
"차마 김밥은 커녕 시원한 물 한 모금 먹을 용기가 안 났습니다."
지난달 30일 북한산 일대를 점령한 러브버그떼에 시민들이 공포에 휩싸였다. 3일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당시 상황을 찍은 '북한산 러브버그', '백운대 러브버그' 등의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에 담긴 러브버그떼는 하늘을 뒤덮다시피 할 정도로 무리지어 날아다니다 등산객 몸과 모자에 까맣게 내려앉은 모습이다. 잠시라도 입을 열면 입 안으로 날아들고 옷 속에도 파고들었다. 평소라면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등산객들이 줄지었을 정상이, 저마다 러브버그를 피해 팔을 휘젓다가 빠르게 내려가는 통에 한산할 정도였다.
지난달 30일 북한산 정상 백운대를 찾았다는 한 등산객은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는 편인데, 태어나서 본 벌레 중 제일 많았다. 정상에 러브버그가 가득했다"고 전했다. 등산 관련 커뮤니티에도 "김밥을 먹기는 커녕, 앉아있기도 힘들 지경이다" "수박도 싸왔는데 뚜껑 열 용기가 안 나서 그냥 내려왔다", "경치는 커녕 러브버그만 잔뜩 보고 왔다" 등의 비슷한 후기가 이어졌다.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이 벌레의 공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다. 성충의 몸길이는 1㎝ 남짓이며 수컷은 3~5일, 암컷은 5~7일 동안 생존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국내에 서식된다고 보고된 바 없는 미기록종으로, 인근 국가 중에선 중국 남부지역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서 서식해왔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모습을 보이며 국내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까지 러브버그가 병원균을 옮기거나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오히려 유충시절엔 지렁이처럼 낙엽 등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꽃의 수분을 도와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익충으로 분류된다. 북한산에 출몰한 것은 수풀이나 낙엽 쌓인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이기 때문에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방제는 시행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짧은 생활사를 감안하면 7월 초 이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몸체가 산성인 러브버그는 죽은채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자동차 도장 등을 부식시킬 수 있다. 얇은 날개가 약점으로,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도 퇴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러브버그 기피법은 △어두운 색 옷 입기 △가정용 벌레 퇴치 스프레이 사용 △구강청결제와 레몬즙을 섞인 물 뿌리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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