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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옷 쓰레기 수출 '세계 5위'… 합성섬유든 천연섬유든 민폐다

입력
2023.07.05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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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2021년 7월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의 한 장면.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쌓인 거대한 헌 옷 무덤 위로 소들이 풀 대신 합성섬유 조각으로 배를 채우고 있다. KBS 제공

2021년 7월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의 한 장면.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쌓인 거대한 헌 옷 무덤 위로 소들이 풀 대신 합성섬유 조각으로 배를 채우고 있다. KBS 제공

지구 생태계의 고통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소비가 바로 일회용품을 남용하는 것이다. 일회용 컵 하나도 모자라 두 개를 겹쳐서 들고 다니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면 괴롭기 그지없다. 일회용 수세미나 도마, 충전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소비가 일회용화되어 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패스트 패션의 등장과 성장은 암울하다. 패스트 패션은 의류를 일회용품처럼 소비한다고 해서 미국에서는 맥도날드 패션(맥패션)이라고도 한다. 요즘은 한 계절만 입고 버리는 옷도 유행이라고 한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전 세계 의류 소비량은 두 배로 뛰고 옷 한 벌의 평균 수명은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패스트 패션 시장이 커질수록 지구 수명은 그만큼 짧아진다.

세계 5위 헌 옷 쓰레기 수출 대국… '지구적 떠넘기기'

의류 쓰레기 발생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의류수거함에 버린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덜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버린 의류 대부분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저소득 국가로 덤핑 수출된다. 해당 국가의 의류 산업 성장의 싹도 잘라 버리고 쓰레기 처리도 엉망이 된다.

우리나라는 매년 30만 톤 이상의 중고 의류를 수출하는 전 세계 5위 수출대국이다. 지난해 기준 인도와 말레이시아에 각각 약 7만 톤을 수출했고, 그 외 필리핀 태국 파키스탄 등 아시아 국가에 주로 수출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나이지리아로 보내는 양도 2만 톤가량 된다. 외화 획득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런 식의 지구적 떠넘기기를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재사용된다고 해서 모든 소비가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봐야 할 숫자는 소비총량이다. 재사용이 물질 소비와 쓰레기 발생량의 총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재사용과 재활용의 의미는 매우 제한적이다. 버려진 옷들은 저소득 국가에서 재사용되겠지만 곧바로 쓰레기로 나올 테니 결국 전 세계적으로 의류 소비량과 쓰레기 발생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세계 섬유 생산량은 1975년 3,200만 톤에서 2020년 약 1억1,000만 톤으로 증가했고, 2030년엔 1억5,0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 옷도 플라스틱… 의류 충동구매 줄이고 재생원료 사용해야

전 세계에서 버린 헌 옷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썩어가고 있는 가나 아크라의 오다우강. KBS 제공

전 세계에서 버린 헌 옷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썩어가고 있는 가나 아크라의 오다우강. KBS 제공

섬유 생산량의 70%는 합성섬유고, 나머지 30%는 천연섬유다. 합성섬유는 미세플라스틱이다. 작은 조각으로 떨어져 나온 섬유조각은 미세먼지가 되어 우리 호흡으로 들어오고 하수로 배출되어 바다로 들어간다. 합성섬유 쓰레기는 재활용도 어려워 대부분 태우거나 땅에 묻어야 한다. 천연섬유도 재배 과정에서 다량의 물과 농약 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합성섬유든 천연섬유든 민폐인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유엔환경총회 결의로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이 추진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줄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합성섬유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논의도 추가돼야 한다. 섬유 및 패션업체를 대상으로 한 재고의류 발생 감소 및 소각 금지, 재활용 및 재생원료 사용의무 등 생산자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충동적인 의류 소비를 줄이고, 중고의류 소비 확대를 위한 소비자 교육과 리폼, 업사이클링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다. 지구를 위한 의로운 소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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