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불만 넘어 자기계발 위한 탈북 증가"
"탈북민 심리적 안정 위한 '친정집 프로그램 마련"
탈북민 취업 위한 재교육도…93%가 자격증 취득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과 북한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탈북민은 자연히 줄었다. 하지만 자유를 향한 갈망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탈북민 구성에 특이한 점이 감지됐다. 서정배 하나원장은 지난달 30일 본보 인터뷰에서 "코로나 이후 정보기술(IT), 의사 등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전문 직종 근로자들의 탈북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하나원은 탈북해 국내로 들어온 북한 주민들이 3개월간 남한사회 적응교육을 받는 곳이다.
새로운 기회 찾아 탈북하는 전문직 종사자도
북한에서 IT 직군 종사자들은 최고 대우를 받는 직업군에 속한다. 특히 외국에서 활약하는 북한의 IT 인력은 외화벌이의 핵심인력이라 특별대우를 받는다. 서 원장은 "과거와 달리 새로운 기회, 자기발전의 기회를 찾아 제3국에서 IT나 의사 등 전문직종에 종사하던 분들이 찾아오고 있다"며 "이외에도 국내외 연고자들이 있는 이탈주민의 비중이 늘어 가족 간 재결합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소위 잘나가는 고위직 관료에 이어 전문직 종사자들도 자기 계발과 자유를 위해 탈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탈북을 감행했다가 생활고나 문화 격차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 원장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우 생계 문제는 크지 않다"면서도 "문화 적응을 위한 심리 지원 프로그램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5월 기자간담회에서 "탈북민이 후회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탈북자 비중 여전히 커…생계·심리지원 프로그램 동시 필요
국내 거주 탈북민은 이미 3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서 원장은 "올해 탈북자 수는 2020년(229명)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아직 국경봉쇄가 여전하지만,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포기하면서 중국에 머물던 탈북민들이 국내로 하나둘 빠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이 여전히 탈북민의 다수를 차지한다. 이에 하나원은 생계지원을 넘어 이들의 남한 사회에 대한 심리적 소속감을 높이고자 '친정집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탈북 여성 40%가 한부모 가정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특히 다수의 탈북민들은 탈북과정에서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경험이 있다. 서 원장은 "탈북 여성들을 포함한 탈북자들에게 적합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원은 2020년 6월 탈북자들의 경제적 재출발도 돕기 위해 직업교육관을 개소했다. 현재까지 239명이 교육을 받아 93%가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다. 하지만 탈북민이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취업 장려금(수도권 1인당 최대 1,800만 원, 지방 2,100만 원)을 받는 건 까다롭다. 거주지보호기간(5년) 중 4대보험이 적용되는 업체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해야 하고, 지급기간도 3년까지만 보장되는데 다수의 탈북민은 이직이 잦다. 비정규직 형태로 단순노동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서 원장은 "장려금을 3년 다 받은 탈북자 비중은 3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격증 취득 교육과 별개로 지원금 제도의 개편이 필요한 부분이다.
제3국 출신 청소년 비중도 높아져…언어 교육 필요성 높아져
하나원의 또 다른 과제는 탈북기간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탈북 청소년의 학력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제3국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국내에 온 터라 법적으로는 탈북민이 아닌 이들이 적지 않다. 탈북민을 위한 대안학교와 각급 학교를 탈북학생의 비중은 40%미만, 제3국 출생 자녀는 60% 이상이다. 서 원장은 "언어교육도 중요해 중국어 서비스와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원은 탈북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바꾸고자 일부 시설을 개방했다. 올 상반기에만 1,300여 명이 다녀갔다. 서 원장은 "하나원이 보안시설인 건 맞지만 탈북민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방문 교육을 포함해 일반인들이 탈북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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