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계 많은 로잔 등서 동조 시위 잇따라
佛서 6일간 3,354명 체포, 특수부대도 투입
마크롱 '발등에 불'... 시위 진정 국면 맞기도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17세 소년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국경을 넘어 벨기에·스위스 등 주변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각국 정부기관의 인종차별에 대해 그동안 쌓였던 유럽 이민자들의 불만이 이 사건을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하는 모습이다. 이번 시위의 진앙지인 프랑스에서 급기야 피해자 유족이 시위대에 진정을 촉구하며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서기도 했지만, 정부의 강경 진압 방침이 여전해 물리적 충돌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벨기에·스위스서도 시위... 프랑스선 관광객 공격도
2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문제의 사건 발생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시작된 프랑스 시위의 흐름은 프랑스계 주민이 많은 인접국으로 번지고 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선 지난달 29일 시위로 여러 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10여 명이 체포됐다. 이어 전날에는 스위스 보주(州)의 로잔 도심에서도 시위대 100여 명이 상점과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 시위를 벌여 7명이 체포됐다. 이곳은 인구의 80%가량이 프랑스어를 쓰는 도시다.
프랑스에선 심지어 관광객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남부 대도시 마르세유의 시위대가 이날 중국인 관광객 41명이 탑승한 버스를 공격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주마르세유 중국 총영사관은 프랑스 정부에 공식 항의했으며, 영국과 유럽 국가들은 "프랑스 방문 시 시위에 영향을 받는 지역을 피하라"고 권고하기까지 했다. 마르세유에는 헌병 대테러 특수부대 '지젠'(GIGN)이 투입됐고, 야간 통행금지령도 발동됐다.
시위대, 시장 관저로 차량 돌진... 화재도
프랑스 시위는 주말이었던 1, 2일 정점을 찍었다. 이틀간 2,019명이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3일에는 다소 줄어든 157명이 체포됐지만, 지난 6일간 체포자 수는 3,354명에 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체포 인원의 30%가 평균 17세"라며 "부모들은 폭력을 부추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단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시위가 벌어진 5일 동안 차량 577대가 파손되고, 건물 74채가 불에 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파리 남부 도시 라이레로즈 시장 관저까지 공격 타깃이 됐다. 이날 시위대는 보수 야당인 공화당 소속 뱅상 장브륀 시장의 관저로 차량을 돌진시켰고, 이후 이 차량에 불이 붙어 화재가 났다. 북부 도시 릴의 보건소도 전소됐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희생자 할머니 "사태 진정됐으면..."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18년 노란 조끼 시위, 올해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이어 또다시 대중의 분노가 극에 달한 대형 시위 국면을 맞게 된 꼴이기 때문이다. 유럽이사회 일정 도중 지난달 30일 급히 귀국한 그는 2~4일로 예정된 독일 국빈 방문마저 연기했다. 그는 4일 시위가 발생한 220여 곳의 시장들을 파리 엘리제궁으로 불러 모아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시위는 다소 소강 상태를 보이는 분위기다. 이날 희생자 '나엘'의 할머니는 프랑스 BFM TV 인터뷰에서 "그들(폭력 시위대)은 나엘을 핑계 삼고 있다. 손주는 이미 죽었고, 우리(유족)는 사태가 진정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시위대의 자제를 촉구했다. 시위 엿새째인 3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폭동 발생 후 처음으로 (전날) 평온한 밤이 파리 교외에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전반적으로 상황이 훨씬 더 차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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